시원한 여름 보내려다 냉방병 부를라

입력 2004-07-06 09:03:34

냉방이 잘되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준호(35)씨는 퇴근길이면 머리가 어질하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

맑은 콧물이 나오는가 하면 재채기를 하기도 한다.

냉방기구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냉방병'이다.

오랜 시간 환기를 하지 않고 냉방 기구를 사용해 실내외 온도차가 5~8℃ 이상 계속되면 인체의 자율신경계에 기능 이상이 생긴다.

피부 혈관이 급속히 수축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

▨여름감기의 원인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는데, 에어컨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인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밤낮의 일교차가 큰 초여름이나, 에어컨을 오래 가동하는 한 여름에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겨울철 일반 감기와는 다르다.

보통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서 오는 호흡기 증상이나, 여름철 감기는 세균보다는 급격한 온도변화에 원인이 많다.

에어컨을 오래 켜놓으면 습도가 떨어지고 건조해지는 데다 환기도 잘 안된다.

그러면 기도가 마르고 온도 변화에 대한 자율신경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코나 기도 점막이 마르면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몸살도 잘 생긴다.

특히 몸이 허약한 사람, 노인, 당뇨병 환자, 심폐기능이 약한 사람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알레르기 환자나 비염, 기관지염, 천식 환자 등 호흡기가 민감하고 약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염증이 잘 생기고 습도 변화에도 영향을 더 받는다.

이처럼 여름감기는 냉방병과 관련이 깊다.

▨ 레지오넬라증 조심

레지오넬라증은 냉방병의 하나로 간혹 생명에도 위협을 준다.

이 균은 대형건물의 냉방장치에 사용되는 냉각수의 청결 상태가 불량할 때 저수탱크나 냉각탑에 서식하다 뿜어져 나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레지오넬라증은 2~12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기침, 근육통 등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시작한다.

노인, 만성질환자, 흡연자, 알코올 중독자 등 일부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폐렴 증상을 호소하며, 급속히 악화돼 사망하기도 한다.

지난 1976년에 미국에서 이 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는 221명이 감염돼 이 중 34명이 사망했다.

가정용 에어컨은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레지오넬라균의 문제는 별로 없다.

하지만 1~2주일마다 에어컨 안의 필터를 청소해 주는 것이 좋다.

먼지가 쌓이는 것을 막아 일반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빌딩에서는 냉각탑을 자주 청소해 깨끗이 하고 냉각탑 물에서 레지오넬라균이 자라지 못하도록 염소 소독을 충분히 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차 5℃가 적절

실내외 온도 차이가 5℃를 넘지 않고 실내 온도가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시간 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이 좋다.

여성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생리적으로 추위에 민감한 데다 남성보다 더 노출되는 옷을 입기 때문에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찬바람이 신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가벼운 긴소매 옷을 입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냉방이 잘 되는 사무실에서는 근무시간에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또 냉방된 실내에서는 흡연을 반드시 금해야 한다.

틈틈이 바깥 바람을 쐬는 것이 좋고 맨손체조나 산책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밖에서 땀을 흘리고 냉방된 실내에 들어왔을 때엔 새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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