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천호 사장 조사와 감사원 월권

입력 2004-07-05 11:36:33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진상규명이라는 차원에서 감사원에서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는 감사원의 여느 감사와 달리 서류 등 사실관계를 입증할 문서가 없고 대부분 관련자들의 증언에 의존해 입증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헌법 제97조에서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그 소관사항으로 하는 대통령 소속하의 헌법상 독립된 합의제 기관이다.

그리고 감사원은 감사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감사원법 제14조 제1항에서 감사위원회의는 심의상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관계인 또는 증인을 출석시켜 신문할 수 있으며 학식.경험이 있는 자에게 감정을 위촉할 수 있고 제2항에서 제1항의 증인 또는 감정인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1편 제12장 및 제13장의 규정을 각각 준용한다.

다만, 동법 제151조와 구인에 관한 규정은 이를 준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50조 제1항에서 감사원은 필요한 경우에는 이 법에 의한 감사대상기관 외의 자에 대하여 자료의 제출이나 출석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3항에서 제1항의 요구를 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요구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천호 사장의 감사원 조사에서 변호인의 말을 빌리면 변호인은 2004년 7월 1일 오후 2시 50분쯤 김천호 사장을 대동하고 감사원을 방문, 조사가 시작되자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조사과정에는 입회하지 않고 오후 8시쯤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또한 김 사장은 담당 조사관이 요구하는 동의서(감사원의 동의 없이는 출국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5회 정도 조사에 응하겠다는 것)에 사인을 하라고 하였을 때 대기 중인 변호인과 의논해야겠다고 주장하자 위 조사관은 변호사는 감사원 조사관실에 들어올 권한이 없는 사람이라며 그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사인을 종용하여 결국 사인을 해주었다고 한다.

물론 혹자에 의하면 김 사장은 이라크 현지에서 귀국을 미루며 국내 조사에 대비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 듯한 모습이어서 허점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김씨 피살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사람이 김 사장이 유일하고 가나무역 직원들도 입을 맞춘 듯해 새로운 사실 규명이 어렵다고는 하나 위 감사원의 동의서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기술한 바와 같이 감사원은 국가기관의 회계감사와 국가공무원의 직무감찰을 그 주요 직무로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단지 의심이 간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상 신체의 자유 중 적법절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만약 기술한 동의서에 의해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을 했다면 이것 또한 감사원의 월권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은 모두가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체적 진실 규명은 헌법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지 자의(恣意)적인 법집행에서 이루어진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김선일 피살사건 국정조사'가 5일부터 8월 4일까지 실시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뒷북을 치는 것이 이번만은 아니지만 본 사건에 대해서도 귀중한 생명이 박탈되고 나서,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실체적 진실 규명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선진화된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기회에 감사원의 권한 중에 일부는 축소하고, 일부는 국회로 이관하는 법적, 제도적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 윤 철(한국인터넷법학연구소장, 헌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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