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5일 상임운영위원회를 주재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오는 19일 전당대회에서 치러질 대표최고위원 경선을 위해서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전당대회와 대표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오늘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며 "탄핵정국 이후 당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거를 두번 치르고 이사도 두번 가는 등 어려운 시기였으나 상임운영위원들의 힘이 보탬이 되어 지난 100일 동안 무리없이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번 대표최고위원 경선은 '흥행이 안된다'는 당내 우려가 제기될 만큼 박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의화(鄭義和), 이규택(李揆澤), 이강두(李康斗),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이 경선에 나올 예정이지만 당내 입지나 대중적 인기, 중량감 등 모든 면에서 '게임이 안된다'는 것이 일치된 평가다.
때문에 그의 사퇴는 지난 100여일간의 1기 체체를 마무리하고 대권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정치적 성장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의 대표 선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란 점을 적극 활용하면 탄핵역풍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도박성 카드였다.
그러나 총선에서 박근혜바람이 불면서 이러한 도박은 멋지게 성공했다.
당초 50여석에 불과할 것이라던 전망을 깨고 121석이라는 적지 않은 의석을 일궈냄으로써 당을 사지에서 건져냈으며 이어 실시된 6.5 재보선에서도 압승을 거둠으로써 제1야당의 대표로 확고한 위상을 굳혔다.
박 대표가 이같은 성과를 거둔 데는 선거결과 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 그가 보여준 새로운 야당대표의 모습도 한몫했다.
대여 강경투쟁이라는 과거 야당의 상투성에서 벗어나 상생과 대안제시를 통한 정치의 '생산성'을 강조한 것이 무엇보다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대권을 향한, 그야말로 시비(施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앞으로 쌓고 가다듬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박 대표가 보여준 신중함을 넘어 우유부단해 보이기까지 한 행보는 당내 잠재경쟁자들의 좋은 공격거리가 되고 있다.
확고한 당내입지를 다졌다고는 하지만 그의 주위에 사람이 적은 것도 약점이다.
그의 주변에는 소장파들 뿐이고 당내 중진들과 비주류는 여전히 겉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수구' 이미지 탈피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당의 정체성 유지 및 보수층의 지지세 확보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도 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지금까지 박 대표는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운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단순히 야당대표와 대권주자는 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권주자로서의 실력을 갖추느냐 여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 박 대표의 정치적 앞날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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