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재주꾼 세 사람

입력 2004-06-25 16:20:47

옛날 옛적에 재주꾼 세 사람이 살았어. 한 사람은 힘이 장사고, 한 사람은 글을 아주 잘 쓰고, 한 사람은 말을 참 잘 했어. 힘 장사는 얼마나 힘이 세었는고 하니, 남들 셋이 달려들어도 꼼짝 안 하는 바윗돌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릴 만큼 세었지. 글 잘 쓰는 사람은 얼마나 글을 잘 썼는고 하니, 슬픈 글을 써 놓으면 보는 사람이 다 울고 우스운 글을 써 놓으면 보는 사람이 다 웃을 만큼 잘 썼지. 말 잘 하는 사람은 얼마나 말을 잘 했는고 하니,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듣는 사람이 다 믿을 만큼 잘 했지.

이 세 사람이 집을 떠나 경치 구경을 다니다가 한 곳에서 딱 만났어. 그래서, 심심한데 길동무나 하자 하고, 그 때부터 셋이서 같이 다니게 됐지. 그런데, 이 세 사람은 같이 다니면서도 늘 자기 재주가 가장 낫다고 서로 우겼어.

"뭐니뭐니해도 힘 센 것이 최고지. 힘으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나?"

"모르는 소리. 재주로 말하자면 글재주보다 나은 게 없지".

"허허, 다들 그만두게나.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말도 못 들어 봤나?"

이렇게 서로 자기 재주가 낫다고 큰소리를 했지. 그렇지만 재주를 견주어 볼 수 없으니 누가 나은지 알 도리가 있어야지.

그런데, 하루는 셋이서 산길을 가다가 그만 도적들한테 붙잡혔어. 도적들이 이 세 사람을 잡아다가 방에 딱 가둬 놓고, 문이란 문은 모두 커다란 자물쇠로 단단히 잠가버리네. 가만히 있다가는 속절없이 죽게 생겼지 뭐야.

일이 이렇게 되니, 먼저 글 잘 쓰는 사람과 말 잘 하는 사람이 힘 장사보고 무슨 수를 좀 내 보라고 했어. 힘 장사가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 문을 발로 쾅 찼지마는, 워낙 튼튼한 자물쇠로 잠가 놔서 꼼짝도 안 하더래. 그 다음에는 힘 장사와 말 잘 하는 사람이 글 잘 쓰는 사람더러 무슨 수를 좀 내 보라고 했어. 글 잘 쓰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구구절절 좋은 말로 만리장성 같은 편지를 써 가지고 도둑들한테 보냈어. 그런데 도둑들이 뭐 글을 읽을 줄 알아야지. 못 읽으니까 편지를 그냥 불 속에 던져 넣어 버렸어.

이렇게 되니까 이제 남은 것은 말 잘 하는 사람뿐이지. 그런데, 말 잘 하는 사람이 갑자기 두 다리를 뻗쳐 놓고 웃다가 울다가 하는 거야. '하하 하하' 하고 크게 웃다가 갑자기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슬피 우는 거지. 그러니까 도둑들이 이상하게 여기고 방으로 들어와서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단 말이야.

"우리는 본디 나라에 죄를 짓고 쫓기는 몸이었는데, 댁들한테 잡혔으니 이제 나라에 잡혀 죽을 일은 없겠기에 마음이 놓여 웃습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일반이라 목숨이 아까워서 또 웁니다".

그 말을 듣고 도둑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사람들을 나라에 끌고 가면 큰 상을 받을 것 같거든. 그래서 당장 세 사람을 묶어 가지고 관가에 끌고 갔어. 도둑이 제 발로 관가에 들어간 셈이지. 말 잘 하는 사람이 곧바로 원님에게 사실대로 고해 바치니, 도둑들은 그 자리에서 다 잡히고 세 사람은 도둑 잡아 왔다고 도리어 큰상을 받게 됐어. 그러니까 세 사람 중에 말 잘 하는 사람 재주가 가장 낫더라는 이야기야.

서 정 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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