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똑부'와 '멍부'

입력 2004-06-22 16:00:00

발빠른 토끼가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지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끈기와 인내를 가르쳐준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부지런함과 게으름을 대비시키면서 부지런함의 미덕을 일깨운다.

여름내 그늘에 앉아 노래만 부르던 베짱이가 겨울이 오자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양식을 모았던 개미를 찾아가 구걸한다는 게 그 줄거리로 베짱이의 잘못을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발명가 에디슨은 '성공의 비결은 99퍼센트의 땀과 1퍼센트의 머리'라고 했듯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끈기와 인내.부지런함이 '머리'보다 나을 수 있다.

재주가 아무리 많아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질 수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몇 년 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고의 상사(上司) 유형을 조사한 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멍게(멍청하면서 게으름)'가 '똑부(똑똑하면서 부지런함)'보다 낫고, 최고는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름)'이며, 최악은 '멍부(멍청하지만 부지런함)'였는데, 게으름 예찬에 다름 아니어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여기서 게으름의 의미는 마냥 논다기보다 부하 직원을 쓸데없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벌이 부지런하다는 속설은 잘못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를 낳고 있다.

독일의 신경생물학자 란돌프 멘첼 교수(베를린 자유대)가 40여년 간 벌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전혀 부지런하지 않고 잠꾸러기일 뿐 아니라 게으르다'고 밝힌 것으로 DPA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더구나 '벌은 밤 시간의 80%를 잠자는 데 소비하고, 낮에도 벌집에서 빈둥대기 일쑤'라는 게 멘첼 교수의 주장이다.

▲벌에 관한 논문으로 올해 독일동물협회 학술상을 받은 그는 '그러나 벌이 다양한 색의 문양과 50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특히 특정한 행동을 보상받았을 때는 그 내용을 일주일 이상 기억하는가 하면, 동일한 행동에 대해 세 번 이상 보상받았을 경우 이 행동을 평생 잊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까 말한 설문조사에서의 상사 유형으로 따진다면, 벌은 '똑게'이며 유별난 '의리파(義理派)'인 셈이다.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재물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노욕(老慾)은 추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늙지도 않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앞세우는 것 같아 꼴불견인 경우가 많다.

특히 지도층 인사들이 의리는 뒷전인 채 '입'이 너무 부지런해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지 않은지…. 이를테면 '똑부'나 '멍부'로 백성들을 되레 어렵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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