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경영' 바람분다

입력 2004-06-21 11:31:41

직원과 함께 운동·도시락 간담회...

고객 만족 이전에 직원부터 만족시켜라. 첫 고객인 직원이 만족해야 기업이 살아난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생산성 향상과 고객만족 경영의 첩경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킨십 경영에 나서고 있다.

스킨십 경영을 주도하는 기업인은 GM대우의 릭 라일리 사장과 시중은행장들이다.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은 요즘 양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지난달 29일 사무노동직장발전위원회(사무노위)간부와 회사 임원간 가진 축구경기에서 골절상을 입어 왼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기 때문이다.

라일리 사장은 이날 전후반 15분씩 미드 필더로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유길종 사무노위 위원장은 "닉 사장의 나이(54세)를 감안하면 경기 내내 뛰는게 무리였을 것이나 최고경영자가 몸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사무직 노동자 단합 한마당은 임직원간 정을 나누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GM대우는 임직원이 1만명을 넘는다.

직원이 많은 만큼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닉 라일리 사장이 근로자들에게 한발 다가서는 스킨십 경영을 실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로자들과 접하는 기회를 자주 가질수록 언어의 한계도, 문화적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닉 사장은 얼마전에 경기도에서 열린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노래방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일체감을 다졌다.

라일리 사장의 스킨십 경영은 바로 근로자 중시 경영. 회사의 중요 정책은 언론보다 임직원이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지난 3월 1조 7천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도 직원 설명회를 먼저 가졌다.

시중 은행권에서도 은행장과 직원들의 거리 좁히기가 한창이다.

도시락 간담회, 퇴근후 호프시간 등을 통해 직원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애로사항을 듣고 경영비전을 제시하는가 하면 e-메일을 통해 사생활을 소개하면서 권위의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지난 10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마다 설렁탕 조찬을 여는데 이어 이달부터는 영업점 직원들과 저녁 미팅을 갖고 있다.

최 행장은 무작위로 인접한 영업점 3∼4곳을 선정해 퇴근시간 이후 지점장 이하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영업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각종 건의와 제안사항 등을 수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장은 취임(2004년 1월) 이후 매주 2차례씩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샌드위치, 돈가스, 도시락을 먹으면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팰런 행장은 지난달에 열린 노조체육대회에도 참가해 10㎞ 단축 마라톤을 완주하고 농구경기에 출전하는 등 직원들과 격의없는 만남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직원들과 호프데이를,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e-메일 친교를 다지고 있다.

경조사가 있는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직접 축하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자신의 연애담과 친구관계 등 사생활을 공개하고 있어 친구같은 행장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와 직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치열해진 영업경쟁에서 살아남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장들이 직원들과 스킨십 경영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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