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강·절도' 대책 없나?

입력 2004-06-21 11:41:24

단독주택이나 원룸에 비해 강.절도 등의 범죄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여겨졌던 아파트. 그러나 범죄 수법이 점차 지능화하면서 아파트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경산시의 경우 6월 현재 전체 7만1천여 가구 중 공동주택(아파트) 거주자는 99개 단지에 4만1천여 가구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최근 잇따른 아파트 범죄의 유형과 문제점, 그에 따른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지능화하는 범죄 수법 = 경산경찰서는 지난 17일 대낮에 3차례에 걸쳐 귀가하는 어린이들을 뒤따라가 아파트에 침입, 부녀자들을 흉기로 위협한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김모(24.경산시 삼풍동)씨를 구속했다. 김씨의 범죄 수법은 단순하면서도 지능적이다. 김씨는 지난 14일 오후 4시쯤 경산시 옥산동 한 아파트에서 집으로 가던 유치원생(6.여)과 함께 승강기를 탔다. 어린이와 함께 승강기에서 내린 김씨는 현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뛰어들었다. 혼자 집을 보던 주부 김모(35)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어서 아무런 의심없이 문을 열어줬다가 봉변을 당했다. 김씨는 갖고 있던 흉기로 위협, 포장용 비닐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장롱 속에 있던 10만원권 수표 1장과 현금 등 19만5천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김씨는 또 지난 3일 오후 3시46분쯤 경산시 정평동의 아파트 ㅅ(36.여)씨 집에서, 지난 4월말엔 삼풍동 ㅌ아파트 박모(34.여)씨 집에서 같은 수법으로 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 충격은 컸다. 박씨의 경우 사건 직후 아이가 아파트 승강기 안이나 계단에서 모자를 쓴 젊은이만 보아도 겁에 질리는 바람에 아버지가 직접 등교를 시켰고, 하교할 땐 어머니가 동행해야 했다. 다행히 피의자 김씨의 모습이 두번째 범행 장소에 설치된 CCTV에 비교적 선명하게 촬영됐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배전단을 만들어 아파트 곳곳에 붙였다. 한 주부(31)가 지난 14일 세번째 범행을 저지른 뒤 길을 가는 피의자를 발견,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범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때문에 여성 운전자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꺼린다. 경산 옥산1지구 ㅇ아파트에 사는 정모(42)씨는 "대낮에도 지하주차장에 가려면 겁이 난다. CCTV가 있지만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불안해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경산지역 20여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돌며 26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의 금품을 턴 혐의로 박모(40)씨가 구속됐다. 박씨는 지하주차장을 제집 드나들 듯 하면서 CCTV 사각지대만을 골라 차량 유치창을 깨고 금품을 훔쳤다.

▨ 방범의 허점 = 범인들은 CCTV 설치 및 작동 여부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귀가하는 어린이를 뒤쫓아가 강도 행각을 벌인 김씨의 경우 CCTV의 허점을 백분 활용했다. 먼저 아파트 현관 입구에만 CCTV가 설치돼 있었고, 승강기에는 없었다. 현관 CCTV도 대낮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바깥이 워낙 밝기 때문에 역광이 들어와 현관을 들어서는 사람의 인상착의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던 것. 사건 직후 이 아파트는 2천400여만원을 들여 승강기 안에도 CCTV를 설치했다.

ㅇ아파트 관리소장 김모(52)씨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입주자들이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들을 크게 줄인 대신 자동시스템을 도입했다"며 "하지만 사람이 경비할 때보다 오히려 허점이 더 많이 생겼다"고 했다. 다른 아파트 경비반장 전모(63)씨는 "단지내 아파트 12개동마다 경비원들이 배치돼 있었지만 몇해 전부터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문 등 3곳에만 초소를 설치했다"며 "경비원 한 명이 4개동을 맡아야 하는 셈인데, 사실상 범죄 예방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아파트에서 가장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 곳은 주차장. CCTV가 찍히지 않은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ㅇ아파트 경비반장 김모(64)씨는 "고정식 CCTV는 모든 곳을 감시할 수 없는 단점이 있고, 회전식은 고장이 잦은 단점이 있다"며 "사생활 침해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대책은 없나 = 아파트 경비는 경비원의 순찰 및 방범활동에 의존하는 방식과 CCTV와 각종 제어시스템에 의한 무인경비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인력경비는 입주민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에 긴급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범죄 발생시 경비원의 판단 여부에 따라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증거확보도 상대적으로 어렵우며, 인건비 등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무인경비의 경우 경비대상물의 정확한 감시가 가능하고, 책임한계나 증거기록을 확보도 쉽다. 유지관리비가 저렴한 반면 범죄예방 효과가 미미하고 초기 투자비가 많다.

주택관리사 성재호(57)씨는 "경비시스템에 대한 무조건적 의존보다는 주민 스스로 자율방범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파트 문화의 특성상 이웃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무심하기 마련인데, 낯선 사람에게 경계의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범죄 예방효과가 있다"고 했다.

경산경찰서 편선재 수사과장은 "아파트 단지내 곳곳에 디지털 CCTV 등의 무인시스템 설치를 늘리고, 무인 감시체계를 갖추었음을 알리는 공고문을 부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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