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 내놔라!".
어릴 때 할머니에게 들었던 무서운 얘기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효자가 시체의 다리 살을 베었더니, 시체가 찾아와 다리를 돌려달라는 얘기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 쯤 들었을 것이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공포영화들이 찾아온다.
대략 10여 편이 넘는다.
지난해 '장화, 홍련''여우계단''주온2'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 공포영화도 대폭 늘었다.
11일 개봉하는 '페이스'는 복안(復顔)을 소재로 한 영화다.
사라진 얼굴을 찾으려는 복안 전문가와 그를 둘러싼 기이한 현상들을 송윤아와 신현준이 주연을 맡아 풀어나간다.
18일 '령'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 여대생의 이야기가 물과 어둠의 끈적거림과 함께 그려지고, 8월 중순에 개봉하는 '알포인트'는 전쟁터를 무대로 한 호러물이다.
'알포인트'는 베트남전 때 실제 했던 '로미오 포인트'의 줄임말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던 병사들의 무전이 걸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7월 개봉하는 '인형사'는 실제 사람을 모델로 인형을 만들기 위해 조각가, 여고생, 사진작가, 인형 마니아가 외딴 숲 속의 작은 미술관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분신사바'는 여고생들이 연필을 쥐고 귀신을 불러내는 주술을 그렸고, '착신아리'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공포영화는 여름철 '아이스께끼'같다.
한두 달 성수기를 맞아 열리는 '반짝 시장'이다.
그래서 기획도 급조되고, 완성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아쉬운 것은 한국적 공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한번 봤음직한 이야기에 배경을 한국으로 덧칠한 것이 대부분이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호러물,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 흘러내리는 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 등은 할리우드에 일본톤을 섞은 색깔들이다.
한국적으로 육화(肉化)시키지 못한 것이다.
일본의 '링', '검은 물밑에서', '주온' 등의 공포는 정말 모골이 송연한 공포영화다.
일본 현대인들이 느낄 수 있는 소외와 동양적인 한, 복수의 이야기가 관객의 식은땀을 자아내게 한다.
더구나 현대와 고전적 정서를 넘나드는 공포심 유발은 기획자들이 얼마나 고심하는 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관객은 멀뚱멀뚱한데, 배우만 비명을 질러대는 한국 공포영화. 안 그래도 더운 대구가 더 더워진다.
올해는 "내 다리 내놔라!"처럼 밤잠을 설치게 하는 제대로 된 '아이스께끼', 한번 먹고 싶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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