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태고사 - 호남의 소금강

입력 2004-06-10 09:56:58

6월이 들어서기가 무섭게 초여름 기습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무더위에 적응 못한 신체는 한여름보다 더 더위를 느낀다. 이럴 땐 오히려 한바탕 땀을 쫙 빼고 나면 더위에 적응된다.

충남과 전북을 아우르며 호남의 소금강으로 이름난 대둔산과 전국 12승지 절터중 하나인 태고사를 둘러보자. 우거진 산림속에서 산림욕과 함께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대둔산 산행

대둔산은 충남 논산과 금산에서 오르는 등산로가 있지만 전북 완주에서 오르면 케이블카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대둔산 관광호텔을 왼쪽으로 끼고 오르면 매표소와 1km에 가까운 산길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타난다. 6월의 대둔산은 신록이 짙게 깔려 있다.

5분 남짓 타고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보면 대둔산의 진면목들을 볼 수 있다. 명물로 소문난 금강 구름다리와 삼선다리가 저 멀리 보인다. 다리품을 팔면서 오르는 등산의 쏠쏠한 재미도 좋지만 대둔산처럼 아기자기한 산은 높은곳에서의 조망이 오히려 더 좋다. 무성한 수풀위로 솟은 기암괴석들을 밑에서는 볼 수가 없다.

케이블카 정류장겸 전망대에 도착한다. 수십m의 절벽밑에 전망대를 만들어 놨다. 본격산행이 시작된다. 바위사이로 난 협곡에 철계단을 만들어 놨다. 울창한 숲속에 만든 철계단은 땅에서 일정 높이 이상 설치돼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길을 가는 느낌이다. 좌우에 서있는 기암바위마다 꼭대기에는 소나무가 이정표처럼 서있고 허리에는 덩굴을 둘렀다. 꽤 급한 경사길이다.

숨이 깔딱거릴 정도가 되면 언덕에 올라서고 왼편에 금강구름다리 가는 길이 나온다. 다시 철계단이다. 조금 오르니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임금바위와 입석대사이의 계곡을 철다리로 이어 놨다. 대둔산의 추억을 강렬하게 심어 놓는 명소다.

구름다리를 지나자 잠시 내리막이다. 일방통행이란 표지가 나타나고 오른쪽에는 내려오는 길이 보인다. 삼선계단으로 향한다. 300여m를 오르니 대둔산 베이스캠프라고 적힌 매점이 나오고 바로 위에는 약수정이란 정자와 함께 동학군 최후의 항전지가 나온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마천대 오르는 산길과 삼선계단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삼선바위를 오를 수 있는 철계단앞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앞서 오르던 아주머니 몇분이 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려 도저히 못 오르겠다고 길을 돌려 내려온다. 뒤따르던 등산객들이 모두 같이 내려와야 한다. 밑에서 보기에도 50도 가까운 경사다. 삼선계단을 오르며 스릴을 경험하는것도 좋지만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는 산길을 택하는 게 좋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철계단을 오른다. 중간쯤 오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계단만 보고 오르다가 수려한 경관에 눈길을 빼앗기는 순간, 지금 있는 위치를 알게 된 것이다.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아래를 보니 올라온 길이 더 아찔하다.

마음을 다잡아먹고 다시 계단만 쳐다보고 위로 향한다.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고 한걸음 한걸음이 힘든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비로소 다시 아래를 내려다 볼 엄두가 난다. 끝에서 보니 더 아찔하다.

한참을 숨을 고른다. 어렵게 올라서 일까? 감동적이다. 희열을 느낀다. 때맞춰 부는 바람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삼선계단위에서 바라보는 대둔산은 그야말로 작은 금강산이다.

기기묘묘한 형태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첩첩 쌓여 있고 산전체가 마치 잘 가꿔 논 분재같이 아름답다.

너덜지대 오르막을 오르면 마천대와 용문골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정상까지 5분거리다.

정상에 서니 저멀리 집단시설지구와 완주군 일대가 펼쳐진다. 온 사방이 산이다. 첩첩히 중복된 산능선이 온 시야를 가득채운다. 정상에는 개척탑이 무슨 승전탑처럼 서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에 스테인레스와 대리석으로 만든 탑이 산행의 맛을 흐리게 한다. 대둔산은 거의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내려올때는 다리가 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천하의 명당 태고사

마천대에서 낙조대를 거쳐 태고사로 내려오면 좋지만 차를 가지고 왔다면 산을 내려와 충남 금산방면에 있는 태고사를 둘러보자. 여기까지 오기도 어렵지만 대둔산 제일의 계곡 길 끝에 있는 태고사는 원효대사가 이 절터를 발견하고 좋아서 3일 밤낮을 춤췄다는 명당이다.

만해 한용운도 태고사를 보지 않고 천하의 승지를 논하지 말라고 했다는 곳이다.

태고사 입구에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산자락이 푸른 호수위로 드리운 자태가 그림같은 행정저수지가 있다. 걸어서 태고사까지는 2km가 넘는 먼길. 들머리에 주차장이 있으나 아직은 본격적 행락철이 아니라 차를 가지고 올라 갈 수 있다. 오르는 길이 아름답다.

충남 오지의 신선함이 그대로 배어나는 시골길 같은 길을 오르다보면 화장실이 나타나고 장군약수와 태고사 갈림길이 나온다. '차량절대출입금지'란 팻말이 있지만 조금 더 오르면 태고사 입구에 도착하고 그 앞에 큰 주차장이 나타난다.

모퉁이를 돌아 오르면 왼쪽으로 옛날 태고사의 일주문이었던 석문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기암이 문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왼쪽 바위에 우암 송시열이 친필로 쓴 석문이란 글이 음각되어 있다. 석문으로 들어서면 다시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저 멀리 언덕에 태고사가 보인다. 요란한 불사가 한창이다. 4단의 석축 위에 대리석 계단을 쌓아 절마당으로 올라가게 만들어 놨다. 계단 밑은 다 승려들의 수행공간이다. 계단을 다 오르면 극락전 앞 마당이다. 큰절은 아니지만 운치가 있다. 뒤돌아 내려다보니 원효가 태고사 터를 발견하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는 얘기가 사실임을 느낀다.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보는 바라보는 경치 못지 않은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옥천IC 전주방면 17번 국도 추부사거리 직진 진산 대둔산 온천지구

사진·글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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