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기업은 진화한다.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위기가 감지된 것은 이미 20여년 전.
제일모직과 코오롱은 섬유.패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대신 섬유의 근본인 고분자, 화학 기술을 바탕으로 IT 부품소재 개발에 주력하며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자재료가 새 캐시카우
제일모직의 새로운 도전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직물, 패션분야가 공급과잉에 따른 한계 상황을 맞으면서 제일합섬(현 새한)의 케미컬 분야를 흡수해 캐시카우(cashcow, 주 수입원)를 전환하기 시작했고, 90년대 후반부터는 전자재료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국산 전자재료 개발을 검토한 것은 1996년. 전자사업이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었지만 LCD, PDP, 휴대전화, 반도체 등에 들어가는 원재료는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해 갈수록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 후 제일모직 구미공장에 들어선 전자재료사업부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될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
전자재료사업부가 생산하는 전자파차폐제, 반도체연마제, 전해액 등은 단 1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며 kg당 단가를 절반 이상 떨어뜨렸다.
#왜 전자재료인가
구미 전자재료 공장은 의외로 단출하다.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리튬2차전지 내부에서 배터리 수명을 높여주는 전해액 설비는 원료와 원료를 섞어주는 포뮬레이터 3대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 간단한 설비들의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별다른 장비 없이 용액 제조 설비만으로 생산 가능한 페인트 한 통 분량의 전자파차폐제 가격은 90만원을 호가한다.
취재팀을 안내한 전자재료사업부 고영 생산부장은 "전자재료 직원 35명이 매출액 750억원에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며 "외주직원까지 합해 900여명에 이르는 직물분야가 매출액 2천2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자재료의 엄청난 부가가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모태로 1954년 창업된 제일모직은 50년 기업 역사의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제일모직은 최근 공시를 통해 케미컬(50.3%), 전자재료(5.9%)의 올 1분기 매출액이 사상 최초로 전체의 50%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한 해 매출액 비중은 케미컬(45.3%), 패션( 42.1%), 직물 (8.3%), 전자재료 (4.3%)의 순. 화학.전자재료 분야의 매출액이 패션.직물 분야를 앞지르면서 '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코오롱
#섬유기업의 진화
섬유에서 출발한 미국 듀폰과 일본 도레이는 1960, 70년대 섬유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非)섬유 분야로 눈을 돌려 세계 1, 2위의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변신했다.
섬유 고분자들이나 전혀 새로운 고분자들을 적절히 조합해 정보, 통신, 전자 등 21세기 최첨단 부품소재에 두루 쓰이는 'IT 필름' 분야를 개척한 것이다.
쉽게 말해 필름은 섬유를 횡으로 늘인 것. 반도체, 휴대전화, LCD.PDP 등의 디스플레이용 IT 필름들은 화면 전체에 골고루 빛을 분산시키거나 빛과 반응해 화상을 형성하기도 하고, 전류를 흐르게 하거나 흐르지 않게 할 수도 있다
#IT필름과 유기EL이 미래 캐시카우
코오롱이 듀폰과 도레이를 벤치마킹해 필름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1984년이었다.
당시 과자봉지 등의 식품포장용과 비디오테이프 등 국한됐던 필름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첨단 IT소재로 진화하고 있다.
코오롱 김천 사업장에 가보면 코오롱의 미래가 보인다.
'드라이필름포토레지스트(DFR)'와 광확산필름은 IT 필름을 대표하는 양대 선두 주자.
회로기판에 주로 쓰이는 DFR은 빛과 반응해 화상을 형성하는 고분자 필름이다.
코오롱은 지난 2월 김천공장 증설에 착수해 연간 3천600만㎡ 수준인 DFR 생산 규모를 7천600만㎡까지 늘리고 있으며 PDP, 반도체용 등의 고부가 DF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광확산 필름은 말 그대로 빛의 균일도와 밝기를 향상시킨다.
제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LCD는 그 후면에 여러 가지 필름으로 빛을 확산시키는 백라이트 유닛이 필수인데 광확산 필름이 그 핵심 부품이다.
이웅열 (주)코오롱 회장이 그룹차원의 미래 전략 분야로 지목한 휴대전화용 동영상 디스플레이, 유기EL은 코오롱의 가장 강력한 차세대 캐시카우다.
코오롱은 총 912억원을 투자, 올해 내로 충남 홍성에 월 최대 51만8천개의 유기EL 생산설비를 갖춘다.
한광희 코오롱 사장은 최근 창립 47주년 '기업 혁명 선포식'에서 "코오롱이 나일론으로 문을 연 한국 전통 화섬산업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며 "회사의 핵심역량인 '고분자 기술'에 투자재원을 집중해 기존 '화섬'에서 '첨단기술' 기업으로 변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사진: 코오롱의 주력 분야로 떠오른 광학산 필름.▨ 알림= '신화를 창조한다-섬유, 첨단현장을 찾아서'에 대한 섬유인, 지역시민, 섬유학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인터넷 매일신문(www.imaeil.com)에 떠있는 '신화를 창조한다. 첨단 섬유의 현장을 찾아서'
아이콘에서 기업인, 시민여러분의 섬유산업 발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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