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Alien)'

입력 2004-05-31 10:55:48

'에이리언'이 야하다고?

'에이리언' 시리즈는 SF호러의 최고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특히 리들리 스콧이 만든 1편(1979년)은 일품이다. 태생적으로 사악하고 잔혹함에 피마저 산성이라 죽일 수도 없다. 거기에 인간을 숙주로 번식을 하기 때문에 인간은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에이리언'이 미국에서 개봉될 때 '섹슈얼 SF'란 말이 돌았다. 그러나 이 수식어는 '에이리언'의 본질적인 공포심을 흐릴 수 있기에 곧 사그라들었다. 관객도 이 작품의 가공할 공포심 때문에 '섹슈얼'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왜 섹슈얼한지는 디자이너 H. R. 기거의 기본 데생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에이리언과 우주선 등의 디자인을 맡아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던 비주얼 아티스트다. '스피시즈'라는 작품의 우주 괴물 디자인도 그가 해 유명하다.

에이리언의 모습을 보자. 머리는 부드러운 곡선의 뭉뚱한 형태다. 굵고 길며 힘이 넘치는 모습. 난폭하고, 이성을 잃어버리는 굵은 물건(?). 남성의 성기가 연상되지 않는가? H.R.기거는 에이리언의 모티브를 남성의 성기에서 따왔다.

몸통 보다 훨씬 큰 머리를 가진 에이리언은 모든 촉수적인 욕정이 성기에 몰려 있는 남성의 비대칭형 난폭함을 엿보게 한다. 다시 말하면 덩치만 컸지,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섹스뿐인 남성을 은유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에이리언은 끊임없이 끈적이는 액체를 흘린다. 머리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이 작다보니 흡사 정액을 흘리고 다니는 성기같다. 거기에 에이리언의 입술 또한 성기의 요도 끝 부분을 연상시킨다.

에이리언은 눈이 없다. 4편에서 새로운 에이리언이 창조되면서 크고 깊은 눈이 등장한다. 그 눈을 보는 순간 에이리언의 난폭함은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에이리언은 눈이 없는 원래의 형태가 제격이다. 웃기는 소리지만, 눈달린 남성 성기를 상상이나 할 수 있나? 눈이 달려 있다면 그렇게 함부로 휘두르고 다니지 않겠지.

에이리언은 두 번에 걸쳐 변신한다.

알에서 나와 사람의 몸 속에서 기생하다 배를 뚫고 태어나면서 완성된다. 기거는 자궁 속에서 출렁이는 태아의 이미지를 알에 구현했다. 알에서 태어난 유충은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한다. 사람의 얼굴에 붙어 새끼 에이리언을 깐다.

그런데 이 영덕 대게 모양의 유충의 형태는 여성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다. 1편에서 해부를 위해 벌려 놓은 유충의 모습을 보면 잘 이해될 것이다.

에이리언과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벌이는 마지막 사투는 특히 일품이다.

에이리언이 연약한 리플리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연정 때문이다. 리플리 몸 속에 자라고 있는 자신의 알에 대한 보호본능이다. 모성의 본능은 에이리언처럼 원초적 생명체에게서는 더하다.

그러나 리들리 스콧 감독은 단순한 보호본능 이상을 시사한다. 에이리언이 리플리의 얼굴을 애무하듯 훑는 장면이다. 사랑스런 여인의 향기를 맡기라도 하는 것일까. 코를 벌름거리며 리플리의 얼굴에 얼굴을 맞댄다.

감독은 이 메시지가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던지 관객에게 리플리의 섹슈얼한 장면을 부가적으로 던져준다.

동면에 들어가기 위해 옷을 벗은 리플리. 손바닥만한 팬티가 리플리의 바디라인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워낙 작은 팬티여서 히프 라인까지 그대로 노출된다. 극 흐름상 리플리를 이렇게 야하게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 리플리를 보는 에이리언의 야한 시선을 관객에게 투영시킬려고 한 것이 아닐까.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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