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의 남미, 남미에서도 가난한 나라로 통하는 볼리비아는 내가 여행한 곳 중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반면 가장 힘들었던 여행지로 기억된다.
볼리비아에 갔을 때 마침 그 곳에는 내전이 일어났다.
사실 볼리비아에 입성했을 때부터 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져있고 길을 따라 계속 돌들이 쌓여있었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느끼질 못했다.
그런 광경이 처음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모든 게 내전의 시초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곳까지 가서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무슨 용기가 그렇게 나던지. 우유니까지 16시간이 걸리는 비포장길을 버스를 타고 달렸다.
버스안은 냄새가 진동했다.
통로까지 차지하고 앉은 현지인들의 채취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해발 4,000m인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소금사막 투어 장소인 우유니까지 이어진 고산병 증세가 나를 괴롭혔다.
어디 그뿐인가. 엄청난 일교차로 인해 온몸이 파래져선 하루종일 부들부들 떨던 기억들. 그렇게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1만2천㎞나 이어진 하얀 소금사막은 신기루를 연상시킬 만큼 화려했다.
소금사막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야 내가 남미에 온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라파스로 돌아오던 길에 걱정하던 내전이 터져버렸다.
거리마다 총소리가 울려퍼지고 길에는 경찰들과 군인들이 대립해 서 있었다.
버스들은 모두 멈춰섰고 사람들은 피란민들처럼 모두 보따리를 메고 몇시간씩 걸었다.
나도 역시 사람들 틈에 끼여 20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열심히 뛰었다.
겨우 라파스에 도착해 비행기 표를 후다닥 끊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구사일생으로 내전 현장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CNN 화면에 필자가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유심히 보니 조금 전에 목격했던 바로 볼리비아의 내전 장면이었다.
어찌나 섬뜩하던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는 놀라움도 잠시였다.
그렇게 특이하고 놀라웠던 볼리비아 여행. 지금은 볼리비아를 떠올릴 때마다 소금사막의 신기루같은 경관과 우유니 밤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별들, 그리고 오지의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표정, 스페인어를 영어로 내게 일일이 통역해주던 고마운 브라질 친구들이 생각난다.
이런 매력 때문에 아무리 여행에서 총소리를 듣고 고산병으로 고생했어도 기회가 있다면 또다시 다음 여행지를 향해 배낭을 멘다.
조은정 여행칼럼니스트 blog.hanafos.com/eiff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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