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사람과 함께 걷던 길을 홀로 걷는다.
세상의 모든 의미였던 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이라면 그 자리가 바로 벼랑 끝이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살았을 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지만 죽으면 가슴을 후벼파는 것보다 아픈 것이 자식이다.
이 시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도 애(창자)가 마디마디 끊기는 아픔을 겪었다.
1991년 3월 20일 4살난 아들 코너가 맨해튼 53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해 죽은 것이다.
코너는 에릭 클랩튼이 1985년 만난 모델 로리 델 산토와의 사이에서 나은 아들이었다.
아들을 끔찍히 아낀 에릭 클랩튼은 바쁜 공연 일정때문에 자주 같이 있어 주지 못한 점을 항상 미안해 했다.
대중음악의 가사는 투박한 질그릇처럼 있는 그대로 사람 마음들을 담아낸다.
에릭 클랩튼도 아들을 애도하며 '천국의 눈물'(Tears In Heaven)을 만들어 불렀다.
천국에서의 눈물은 패러독스이다.
아들을 잃은 슬픔은 그러나 천국에서의 눈물이라는 역설마저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천국에서 만나면 아빠의 이름을 기억하겠니/천국에서 보는 너는 그 모습 그대로일까'(Would you know my name,If I saw you in heaven/Would it be the same, If I saw you in heaven)
천사같은 아들을 다시 만나려면 천상 아버지도 죽어 천국엘 가야 한다.
그러려면 좀 더 강해지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정작 천국에서 만난 아들이 무심한 아버지라며 몰라 볼까 두렵다.
'천국에서 만나면 내 손을 잡아 주겠니/천국에서 넌 나를 일으켜 세워 주겠니'(Would you hold my name, If I saw you in heaven/Would you help me stand, If I saw you in heaven)
아들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도 한 없이 약해진다.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안타까운 부정(父情)은 천국문 너머의 평화를 그리워 한다.
천국에는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일이 없겠지만 아버지는 아들과 천국에서 재회했을 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음을 너무도 잘 안다.
에릭 클랩튼은 올들어 가진 인터뷰에서 '천국의 눈물'을 다시는 부르지 않겠다고 털어놨다.
상실의 감정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 노래를 부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아들을 잃었을 때 애끊는 심정으로 만들었던 곡을 행복할 때도 불러야 한다는 것이 그에겐 새로운 고통이었다.
에릭 클랩튼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천국의 눈물'로 재기에 성공했다.
아들의 죽음을 담은 노래로 돈을 번다는 갈등에 시달렸다.
세월 앞에서는 감정의 날도 무뎌지기 마련. 산 자도, 죽은 자도, 슬픔을 담은 노래도 이제 휴식이 필요한걸까.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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