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실련

입력 2004-05-22 15:47:10

정부는 1994년부터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인 5월 25일을 '방재의 날'로 정했다.

국민들이 재해 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율적인 방재 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취지에 맞춰 지난 98년 설립된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은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여 '안전의 생활화'를 목표로한 시민단체다.

안실련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유치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교육. 안실련에서 마련하는 교통안전 관련 교육을 받은 어머니 안전지도사들이 직접 유치원, 초등학교를 방문해 자동차의 특성, 안전하게 횡단보도 건너기, 놀이시설 이용시 주의할 점 등을 무료로 교육한다.

현재 50여명이 활동중이다.

초기에는 홍보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구 시내 여러 유치원과 초교에서 서로 와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김작명(49) 사무처장은 "시민들에게 교통.가스.화재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성과 구체적 사고 방지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든 단체"라고 말했다.

20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 좋은유치원 지하강당. 70여명의 원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지켜보는 가운데 어머니 안전지도사 박정심(39)씨가 횡단보도 건널 때 방법에 대해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박씨는 "횡단보도 건널 때도 다섯가지 원칙이 있어요"라며 "횡단보도 앞에서 우선 멈추고, 좌우를 살핀 뒤, 손을 들고, 운전자와 눈을 맞추며 건너야 해요"라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눈높이 강의를 실시했다.

강의가 끝나자 모형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강당 바닥에 고정시킨 뒤 실습이 이어졌고 아동들은 흥에 겨운 듯 재잘거림이 끊이지 않았지만 박씨의 지시에는 한치도 어긋남이 없었다.

유치원 교사들은 "어릴수록 말로 하는 교육보다는 실습이 중요하다"며 "한번 해보면 많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동뿐 아니라 부모들도 교육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아동들에게 평생 습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안실련은 지역에서 교통공원 조성을 가장 먼저 주장한 단체중의 하나. 아동들에게 제대로 된 교통안전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교통공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안실련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는 지역 모 방송국과 협의 아래 교통공원 조성의 필요성을 주제로 하는 4시간짜리 특별 생방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안실련은 대구노인안전봉사대(이하 안전봉사대)의 운영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전국에서 최초로 8개 구.군 150여명의 노인들로 구성된 안전봉사대는 과거 안전 관련 업종 종사자나 자격증 소지자, 안전에 관심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안전봉사대는 안심터 가꾸기, 비상구찾기 캠페인, 물놀이사고 줄이기, 시민 안전신고센터 운영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고 시민들의 호응도 상당히 좋다는 것.

안전봉사대 박응천(68.대구 산격동) 총무는 "교통질서 캠페인을 펼치다보면 무단횡단과 운전자들의 끼어들기가 자주 나타나는 등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다소 빈약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그만 변화의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뭐하나'라고 생각하던 젊은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노인들의 호소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안실련은 올해 노인 180명 가량을 안전봉사대에 추가로 받아들여 교통, 가스, 놀이시설 등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장소에 투입시켜 재난 예방에 앞장설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안전봉사대에 카메라를 지급해 사진 제보 사업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김 사무처장은 "사고는 대부분 안전의식 부재에서 발생하는 만큼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캠페인이나 시민들의 제보사업 등을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실련은 이밖에 고시원 소방점검, 산불안전 및 가스안전 캠페인 등 여러 안전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재난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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