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판 팔만대장경 북한에 간다

입력 2004-05-18 12:09:08

조계종 "두 질 제작 한 질 기증"

반영구적 보존을 위해 동판으로 제작되는 팔만대장경이 북한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과 해인사 주지 세민 스님은 17일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열린 동판 결정판 봉정법회에서 "동판 팔만대장경 두 질(帙)을 제작해 한 질은 해인사 문화.신행도량에 보관하고, 나머지 한 질은 북한에 기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장 스님은 "아직까지 북한측과 공식 논의는 없었다"고 전제했으나 북측 불교계와 긴밀한 협의가 이미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해인사 관계자는 "몽골의 침입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던 760여년전의 상황과 현재의 국내외 정세가 별로 다를 바 없지 않느냐"며 "동판 대장경판을 남북한이 나눠 가짐으로써 민족 동질성을 확인하는 한편 상호 전쟁방지에 기여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를 위해 조계종과 협의 중인 북한 조선불교도연맹과 접촉해 대장경의 이운경로, 보관장소, 장경각 설치 등 다각도로 협의가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북한의 장경각 설치 사찰로는 국내 최고 팔만대장경 인경본이 소장돼 있는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신계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측은 동판 팔만대장경 이운 경로로 판문점을 통한 육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동판 팔만대장경의 제작과정에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을 동참시킴으로써 북한에 보내는 대장경을 '국제평화의 상징'으로 부각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장경 조성불사는 지난 2003년 11월부터 추진됐으며 이날 봉정식을 계기로 동판 대장경 제작에 들어가 오는 2006년말쯤 두 질의 완성본을 탄생시킬 계획이다.

동판 대장경은 1만년 이상 보존 가능한 인청동(燐靑銅. 구리, 주석, 인의 합금)으로 만들어 지며, 무게는 목판(3.5kg)보다 무거운 4.2kg 가량이다. 목판 대장경과 똑같은 크기(가로 695mm, 세로 239.5mm)와 모양이며, 색상은 진밤색이고 경판 두께는 20㎜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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