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또 오나 치솟는 국제유가-화섬업계

입력 2004-05-07 11:49:19

"돌릴수록 손해만 납니다".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해 구미공단에서는 삼성.LG 등 전자업계의 직접적인 타격은 미미하지만 현재 공급과잉으로 허덕이는 코오롱, 효성, 새한 등 화섬업계가 원가 부담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구미공단 화섬업계는 올 초부터 계속되는 유가 상승으로 화학섬유의 주원료인 에틸렌글리콜(EG)과 테레프탈산(TPA) 등의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38달러선 이상으로 계속 고공행진할 경우 도저히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도산하는 화섬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금강화섬 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폴리에스테르 직물사업 부문을 정리한 이후 하루 250t의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만들어 왔었다"며 "그러나 유가상승 등 원가부담에 짓눌려 돌릴수록 적자가 나는 공장을 떠안느니 차라리 아예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인 코오롱, 효성 등 화섬업체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요 화섬 원료 가격이 지난해 대비 40% 가량 올라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

화섬업계는 원료값 인상분을 원사값에 반영해야 하지만 무작정 값을 올릴 경우 중국 등 경쟁국가와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구미공단 화섬업계에 따르면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가격은 지난해 말 t당 593달러에서 지난 1월 647달러로, 지난달 이후 현재 730달러까지 치솟았다.

에틸렌글리콜(EG)가격도 지난해 말 t당 663달러에서 지난 1월 763달러로 급등한데 이어 지난달 87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원료값 폭등에 따라 매월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대구.경북 제직, 염색업계 또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섬업체들은 원료값 인상분의 30%내외만 원사값에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 제직업체들 경우 지난해말 대비 20~30% 이상 원사값이 뛰어오르는 등 사상 초유의 원사값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직업계 한 관계자는 "원사값 인상은 내년 하반기까지는 좀체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 급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만 이 위기를 뚫을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염색업계는 에너지 부대 비용 증가가 가속화화고 있다.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4월 한 달 동안 염색업체가 사용하는 벙커C유 가격이 3.1%나 급등했기 때문. 염색업체들의 에너지 비용은 전체 운영 경비의 30%이상이라 심각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코오롱, 효성 등 화섬대기업들은 이같은 고유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사적 에너지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오롱은 1998년부터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전력절감차원에서 주요 공장내 형광등을 전력소모가 적은 고효율 형광등으로 교체했다.

최근 유가가 폭등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및 원가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각 부서의 담당 임원들이 정례적으로 참가하는'에너지절감 회의'도 갖기로 했다.

효성 경우 원가 상승으로 인해 제조업의 비용부담이 증가되고, 고품질의 제품을 저가에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생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미공장 등지에서 종합생산관리(TPM)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구미공장의 기존 5t짜리 보일러 두 대를 30t짜리 한 대로 교체, 에너지 2% 절감 계획을 세우는 등 에너지 낭비요인을 줄이고 있다.

구미공단에 4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도레이새한은 공장을 지을 때부터 기존 공장의 에너지부문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에너지효율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또 그동안 전 직원이 참여하는 자율관리활동을 통해 연간 에너지절감 목표를 달성토록 하는 방식으로 4년간 1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

에너지관리공단과 배출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은 도레이새한은 앞으로 5년간 20%의 에너지절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한도 에너지 등 원가 증가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철저히 분석, 절감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사업장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 이를 바탕으로 작업방법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김성우.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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