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수학이야기-63빌딩 높이 어떻게 잴까

입력 2004-05-07 09:21:42

'63빌딩의 높이를 잴 수는 없을까?'

하늘과 닿을 것 같은 63빌딩을 보고 있으면 건축기술, 과학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수학의 매력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실제로 한 대학에서 중학생 100명에게 '63빌딩의 높이를 어떻게 하면 잴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기상천외한 답들이 나왔다고 한다.

①개미가 줄자를 몸에 매고 벽을 기어올라가게 한다.

②63빌딩 옥상에 올라가 줄자를 늘어뜨려 본다.

③층마다 높이를 재서 다 더한다.

④설계도를 탈취한다.

⑤63빌딩 꼭대기에서 물체를 자유낙하시켜 시간을 잰 후 자유낙하 과학공식에 적용시켜 본다.

⑥닮음 비율을 이용한다.

위의 답들 가운데 '닮음 비율'에 주목해보자. 흔히 아버지와 아들이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수학에서 '닮음'이란 두 도형을 일정한 비율로 확대하거나 축소할 때를 말하는데 일정한 두 닮은 도형간의 변의 길이 비를 '닮음비'라고 정의한다.

이런 닮은 도형, 닮음비를 이용한다면 63빌딩에 오르지 않고서도 쉽게 그 높이를 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선 맑은날 오후 63빌딩의 그림자 길이를 쟀더니 124.5m가 나왔다.

이때 높이가 4m인 막대의 그림자가 2m였다면 그림자와 높이로 이루어진 삼각형의 닮음을 응용해 63빌딩의 높이를 구할 수 있다.

두 닮은 도형은 대응하는 변의 길이의 비가 같다고 했으므로 124.5 : 2 = 4 : ?. 이 비례식을 해결하면 63빌딩의 높이가 249m라는 결론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리스의 수학자 탈레스가 2천600년 전 이집트의 쿠프왕의 피라미드 높이를 쟀던 것도 같은 방법이다.

이처럼 닮음이라는 수학적 개념이 활용되는 사례는 생활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그림, 사진, 확대한 빔 프로젝터, 모형주택, 지도, 영사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가지 모습을 확대 또는 축소해서 나타내는 것은 결국 도형의 닮음을 이용한 것들이다.

카메라에 맺힌 피사체는 사람의 모습이 거꾸로 축소된 상태이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한글97의 미리보기에서도 닮음이라는 개념이 활용되고 있다.

복사기를 사용해 문서를 복사할 때 처음 문서와 복사된 문서는 서로 닮은 도형이다.

병뚜껑의 동심원과 통조림 바닥의 동심원들 또한 닮음의 예가 생활 주변에 활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수학은 단순히 어려운 개념이고 공식이기보다는 우리 가까이 스며들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수학적 개념을 배우고 받아들일 때 생활 속에 숨쉬고 있는 사례들을 찾아보고 활용하려는 태도야말로 수학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김은영(대구성산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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