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1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선거분위기에 휩쓸려 있다.
4년전 이긴 선거를 대법원 판결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민주당은 필사적인 만회노력을 쏟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월남전 참전용사이자 반전운동 전력의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이 더없이 안성맞춤인 적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쟁점은 미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이다.
'이라크 침공의 이유였던 대량 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미국 정보수집. 분석의 허술함 때문은 아닌가?', '부시 대통령이 강박관념에서 국민들을 속인 것은 아닌가?', '이겼다는 전쟁에서 어찌하여 전사자는 매일같이 속출하는가?', '국제테러리즘의 근원이라는 알 카에다는 언제 소탕하며, 그 원흉 오사마 빈 라덴은 왜 아직도 체포하지 못하는가?',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이 도와 살려준 나라들인데 왜 미국에 등을 돌리는가?'달러가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고 영어가 국제공용어가 되다시피한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대체로 국제문제에 둔감한 편이다.
그러나 국제문제가 사사로운 생활반경에 영향미칠 때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라크는 유전자원이 풍부한 나라인데 왜 우리의 세금을 그 나라의 재건복구에 쏟아붓는가?', '미군들을 그렇게 배척하는 곳에 우리 젊은이들을 언제까지 주둔시킬 것인가?'. 이라크에 드는 비용이 1차적으로 870억달러로 계상됐다.
국민들은 세금으로 바친 이런 거액이 국내문제 해소에 쓰였다면 하는 계산을 한다.
'공교육시설의 질적 향상과 대학교육비 탕감책, 빈곤층 보조 및 비고용계층 생계보조비에는 인색한 정부가 어째서 이라크 침공에는 거액을 불사하는가?'라며 비판한다.
오늘날 미국의 제반문제는 '미국은 제국인가?'라는 화두에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제국(Empire)이라는 용어가 거부감을 촉발하므로 '무서운 E- 단어(Dreadful E-Ward)'로 쉬쉬거리면서 보다 부드러운 표현으로 '신세계 질서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의 세계적인 위상과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길게는 19세기 중반의 남북전쟁 이후, 짧게는 20세기 초반 1차 대전 이후 '미국의 세기(American Century)'를 누려온 미국이었다.
감히 미국 본토를 건드린 나라가 없었기도 할 뿐더러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9.11 테러가 이런 신화를 깨트려버렸다.
미국은 제국적인 속성을 품고 출발한 나라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보다 친절하고 보다 부드러운 미국(Gentler, Kinder American)"을 표방하기를 즐겼다.
부유층 기반의 공화당으로서는 사회 각 계층을 포용할 필요가 있는데다 소련 붕괴로 우방국들마저 미국의 독주를 우려했기에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겠다는 뜻도 있었다.
부전자전인지 아들 부시 대통령도 4년전 선거때 "자비스런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on)"를 내세웠다.
약자에게 동정을 베푸는 강자, 즉 근본적으로는 힘을 전제로 그 힘을 자비롭게 쓰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도덕적 우월감은 부시 부자의 기간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미국의 숙명(American Destiny)'이라는 용어가 뜻하듯 미국적 가치관과 규범이 월등하다는 점을 자명한 진실로 간주하여 미국이 인류평화와 번영을 이끌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 연방 건국시의 '자명한 숙명(Manifest Destiny)'의 개념에서 비롯됐다.
13개 주로 시작한 연방이 인구팽창을 맞아 서부개척을 통해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숙명'의 개념이었다.
민주당이 부시를 기피하는 것도 미국의 제국속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방법론을 문제시하는데 있다.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해 세계에 반미감정을 유발시키고 우방과의 유대에 금을 긋고 그 많은 비용을 미국 혼자 감당하고 뒤치다꺼리도 혼자 책임지는 것이 방법론상 미숙하다는 것이다.
공화당 정부의 싱크탱크들이 내놓은 대표적 보고서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New American Century)'를 표방한다.
"현재 미국은 이 지구상에서 필적하는 경쟁자를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의 원대한 전략은 이러한 유리한 고지를 미래까지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주도로 유지되는 세계평화의 시대(Pax Americana)는 지속돼야 한다". 때문에 국제기구나 규약들에 항상 얽매일 필요가 없고, 방위력은 더욱 강화돼야 하며, 위협이 감소된 유럽대륙보다 (중국이 있는)동아시아로 초점을 돌릴 것을 주장한다.
반면 진보 성향의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들은 '진보적 국제주의'를 내세운다.
미국의 힘을 과감하게 사용하되 '남을 정복하기 위함이 아니고 협력과 국제적 연대를 통해 인류보편적 가치관인 민주이념을 추구함에 있어 남을 다독거리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금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미국의 정책이 송두리째 바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방법론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의 강대국 의식과 기본신념에는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겠다.
'나비부인'을 만난 미 해군장교 핑커톤이 "양키는 온 세상을 두려움 없이 누비리. 가는 곳마다 가장 좋은 것을 얻지 못하면 무슨 사는 재미가 있을까. 미국은 영원하여라(American Forever!)"라고 부르는 노래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새삼 여운을 던져준다.
미국의 우주계획은 이미 화성을 너머 우주의 전략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세계는 넓지만 우주는 더더욱 넓다.
로마 제국의 Pax Romana는 오늘날 Pax Americana로 대체되고 있다.
이재원
*이재원 약력=△1940년생 △서울대 사대 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영문학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 신문학 박사 △한미언론학회장 △국제올림픽 언론상 창설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 △현 클리블랜드 주립대 언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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