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약초...지역 약초산업 기반 '흔들'

입력 2004-05-06 11:55:45

작약·천궁 수입...재배 포기 속출

중국산 수입 약초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내 약초 산지의 기반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약초가 국내시장을 잠식함에 따라 지역 특산품 축제인 의성의 '작약꽃 축제'가 중단됐으며 천궁집산지였던 울릉의 경우 천궁 대신 산나물로 작물을 대체하고 있다.

4일 경북도 신물질연구소와 의성군에 따르면 의성군 사곡면의 경우 10여년 전까지 국내 작약 생산의 50∼60%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의 작약 산지였다. 1990년도 의성의 작약 재배면적은 170ha를 기록, 전국 300ha의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중국산 작약이 무차별 수입되면서 작약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 현재 사곡면의 작약 재배면적은 5ha 안팎에 그치고 있으며 의성군 전체 재배면적도 20ha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농민들의 작약재배 기피로 매년 5월 중순 의성군 사곡면 일원에서 열리던 작약꽃 축제도 2001년을 끝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서재현 사곡면장은 "과거보다 국내산 작약 값이 올랐으나 연작 피해 등으로 재배 면적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이제 작약꽃 축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1992년 의성읍 중리리에 문을 연 경북도 작약시험장은 1998년 약초시험장으로, 2002년에는 신물질연구소로 연구소 이름를 바꿨다. 신물질연구소는 현재 농업용 자원식물과 약초 및 자생식물에 들어있는 유용한 물질을 찾아내고, 이용하는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했다.

경북도 신물질연구소 최성용 소장은 "식품으로만 수입하도록 허가돼 있는 작약이 한방재료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정부가 수입 작약 유통을 철저히 단속하면 작약산업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총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 울릉의 천궁 재배단지도 중국산 천궁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13년만에 완전 붕괴됐다.

울릉지역의 천궁은 지난 1991년 1천13ha의 재배면적을 기록, 이 지역 농민들에게 연간 113억원의 소득을 안겨오징어잡이 다음으로 높은 소득원이었다.

그러나 1996년을 고비로 재배면적이 281ha로 줄면서 소득도 28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지난 2001년과 2002년도엔 재배면적이 6.4ha, 7.4ha로 줄고, 소득 또한 11억원과 15억원으로 줄었다.

천궁농사를 포기한 울릉 농민들은 지역 특산물인 산나물을 대체작물로 재배하고 있으나 천궁에 비해 소득은 미미한 수준이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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