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여성교수 비율

입력 2004-05-03 15:57:10

연극의 대사지만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가는 시속 물정을 모르거나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17대 국회가 비례대표 후보의 50%를 여성에게 배정하고, 정부도 각종 위원회에 30%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여성의 사회 참여가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각계에도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져 정치계.법조계.재계.문단은 물론 스포츠나 군과 경찰에까지 여성들의 약진이 눈부신가 하면, 무슨 시험이나 졸업 성적에도 여성들이 판을 치고 있을 정도다.

요즘 영화에서는 아예 여성들이 남성을 '주무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얼마 전 영국의 한 방송은 20년 안에 여성이 남성을 능가하는 '여성 세상'이 온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육체적 힘보다 지적 능력이 중요하며, 유전공학의 발달로 출산의 개념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여성들이 되레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21세기는 지성보다 감성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는 판이다.

하지만 대학사회만은 아직 사정이 다른 모양이다.

▲여성 시간강사가 교수로 올라가는 건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라 한다.

아직도 교수 채용 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과 상관없이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공부에 신경을 쓰느라 혼기를 놓치거나 수없이 도전해도 최종 면접에서 탈락해온 여성 시간강사들은 그 꿈을 버리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뒤늦게 포기하는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교수 1인당 시간강사 비율도 여성이 남성의 4배나 돼 이 같은 사정을 잘 말해준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우리나라 시간강사 비율에 관한 보고서'(지난해 4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여성 대학교수는 14.8%(6천719명)인데 반해 시간강사는 40.6%(2만2천379명)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시간 강사들의 강의 배정에도 '가장'이라는 이유 등으로 남성들이 우선 배정을 받는 풍토를 감안하면 여성 홀대는 더욱 심각해 교수사회는 '여풍(女風)'이 '강 건너 불'인 셈이다.

▲한국여성개발원 측은 교수 채용 심사위원 중 20% 이상 여성 위촉 의무화, 성차별 문제를 다룰 국가기구와 대학별 위원회 설치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미지수다.

이미 서울대의 경우 교수 채용 때 능력과 자격이 같으면 여성 지원자를 우선 임용하는 단과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변화가 오기도 했다.

아무튼 대학사회의 전근대적인 도제 시스템 깨기, 교수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는 여성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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