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유도 증권사 60% 책임

입력 2004-05-03 08:12:01

초보 투자자에게 손실보장 약정서까지 주며 '묻

지마 투자'를 유도한 증권사에 대해 법원이 투자자 본인보다 회사의 책임이 더 크다

며 손실액의 6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원규 부장판사)는 3일 선물.옵션 거래에 투자

했다 1주일만에 17억5천만여원의 손해를 본 고모(63)씨가 H증권사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권사는 10억4천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험이 부족한 고객에게 거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

을 방해했고, 고객 투자 상황에 비춰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부당 권유로 고객보호 의무를 져버렸다"고 밝혔다.

주식투자 손실은 투자자 책임이 우선돼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손실금액을 배상받

기 어려웠지만, 이번 판결로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 책임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것

으로 보인다.

고씨는 투자 수익률보다 원금 보장을 중시하면서 1년 만기 펀드, 주식형 편드

등에는 몇 차례 투자한 경험이 있었지만 선물.옵션 거래는 문외한이었다.

고씨는 2002년 12월 H증권사 모 지점이 내놓은 선물.옵션 거래 상품을 증권사

직원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차익거래라고 권유하자 계좌를 개설하고 직원

에게 거래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했다.

처음에 2억원을 투자한 고씨는 2개월여만에 1억4천만원의 손실을 본 뒤 증권사

부지점장 권고로 투자를 중단했다.

계좌를 관리하던 직원은 하루 뒤 고씨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하루 손익보다는

만기일에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이다. 먹을 확률 99%, 깨질 확률 3%"라며 '계좌 운용

상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전적으로 맞춤상품팀이 부담한다'는 약정서까지 써주고

재투자를 권유해 고씨가 18억5천여만원을 다시 계좌에 입금하도록 했다.

고씨는 불과 3일만에 10억5천여만원의 손실을 봤고 1주일 뒤에는 원금의 95%인

17억5천여만원의 손해를 본 뒤 거래를 중단했고 지난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고씨는 소송 전 증권감독 기관에서 손해 배상 비율을 30%로 인정받았지만 법원

은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를 중시해 그 비율을 60%로 올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제 선물, 옵션 거래라는 점과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

명을 하지 않았고 큰 손실이 발생한 뒤에도 원고에게 거래를 지속하게 하면서 투기

성 매매를 계속한 점 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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