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朴회담, 리더십의 시험대

입력 2004-05-01 12:15:44

17대 국회의 두 수레바퀴,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당선자 연찬회를 통해 각당의 정체성문제에 일단 마침표를 찍고 모레 대표회담을 갖는다.

이미 예비회담을 통해 여.야.정(與野政)의 초당적 협의체 가동에까지 진전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에 죽기살기로 싸워온 사람들이라 '만남의 효과'가 며칠을 갈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두 당은 급진개혁의 목소리와 옹고집 보수의 항변을 주저앉히고 '실용적 개혁정당' '개혁적 선진화 정당'으로 당노선을 정리했다.

실용주의를 통해 민생을 우선하겠다는 점에서, 다른 한쪽은 과거단절을 통해 당개혁과 국가선진화에 기여하겠다는 점에서 현실적 접근방식을 선호한 셈이다.

솔직히 우리당 당선자의 56%가 스스로를 중도진보, 한나라당의 62%가 중도보수라고 자처한 데서 두당의 정체성은 확연히 갈라진다.

그러나 전윤철 감사원장이 꼬집은 바 "국제 경쟁력과 대외신뢰도를 높이는데 전력을 쏟아야할 이판에 지금 이념논쟁을 할때냐"는 쓴소리에서처럼 두당이 지루한 개념 논쟁의 위험부담을 피해 일단 민생(民生)이라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당대표의 회동은 국민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효과가 충분하다.

당장 6월의 새국회가 안고 있는 50여개의 민생법안을 얼마나 건져올릴지부터가 궁금하다.

일단 정동영의장이 어제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나가 "재계는 이제 안심해도 좋다"며 다독인 것이나 박근혜 대표가 싸우는 대신 정책으로 승부하는 '무정쟁 국회'를 선언한 것에서 두사람의 리더십의 성공적 출발을 기대해본다.

우려하는 것은 이 만남이 시종일관(始終一貫)하겠느냐는 점이다.

역대의 영수회담과 대표회담이란 것들이 알맹이 없이 끝나버린 예는 허다했다.

여.야 정책협의체 같은 것도 한두번 만든 것이 아니었다.

휴전선에서 걸핏하면 총질해댔던 남북의 행태가 이 정치권에 수없이 반복된 탓이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4년 내내 명심하지 않고서는 민생은 그저 춘몽(春夢)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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