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림첨단산업 모범사원 강시행씨

입력 2004-04-30 11:47:14

"내 힘으로 일해서 스스로 자립하는 것이 꿈입니다.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일터야말로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곳입니다".

대구 성서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주)성림첨단산업(대표 공군승)이 5월1일 창사 10주년을 맞아 선정한 최고 모범사원(특별상)이 된 강시행(姜時行.35.사진)씨. 공 대표는 오른쪽 팔, 다리가 자유롭지 못한 강 씨가 1999년 10월 입사 이래 4년이 넘도록 단 한 번의 지각이나 조퇴, 결근 없이 성실하게 근무한데 대해 "너무 고맙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강 씨는 출근 자체가 치열한 자기와의 투쟁이다.

오전 6시10분쯤 동구 신천동 집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지하철역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20분. 지하철 월배역에 7시5분쯤 도착하면 여유있게(?) 신문을 보며 벤치에 앉아 한시간 남짓 시간을 죽인다.

회사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강 씨가 한시간이나 일찍 출근길을 서두르는 이유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면서 출근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갑자기 화장실이라도 급하게 될 경우 몸이 불편한 강 씨에게는 여간 큰 일이 아니다.

"감기, 몸살이라도 걸리면, 지하철역까지 가는 시간이 20분에서 40~50분으로 늘어납니다.

마비된 오른쪽 팔, 다리의 신경이 오그라들어 걷기에 무척 힘겨운 상황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내 일터는 내 스스로 지킨다고...".

회사에서 출퇴근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기숙사 생활을 권했지만, 강 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힘겨운 출퇴근 시간이 유일한 운동시간이기도 한 탓이었다.

강 씨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만해도 일반인들과 다름없이 건강을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고, 수 일뒤 깨어나보니 오른쪽 몸이 완전히 마비돼 있었다.

좌절과 자포자기, 눈물로 보낸 시간이 5년. 언제까지나 부모와 형제들의 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강 씨는 '자립'의 길로 나섰다.

장애우를 위한 일산직업전문학교와 덕산직업전문학교(담양)에 잇따라 들어가 정보처리기사 및 산업기사 2급 자격증을 따낸 것도 자립의 꿈을 달성하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장애우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쉽사리 제공하지 않았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얻은 첫 번째 일터는 너무나 환경이 열악해 20일도 못돼 나올 수밖에 없었고, 구미에서의 두 번째 직장도 육체적 부담과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인해 7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장애우 고용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성림첨단산업을 소개받고 면접을 볼 때, 무엇보다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언어와 청각장애가 있는 동료직원들과 함께 수화를 배우는 사모님과 10여 명의 장애우를 편견없이 고용해 도닥거려 주시는 사장님이 고마웠습니다".

"생산된 부품의 불량을 검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몸이 불편한 제가 정상인들 보다 일을 더 잘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상인 못지않은 실적을 내기위해 더 노력한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스스로 당당히 세상의 주인으로 서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강 씨를 최우수 모범사원으로 만든 원동력이 된 셈이다.

◇(주)성림첨단산업은=성서첨단산업단지에 입주,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휴대전화 부품을 제조하는 첨단벤처기업. 올 6월 중국 하남성에 대지 7천평, 건평 2천800평 규모의 1차 가공 공장을 완공할 예정으로 있으며, 2004년 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여 명 직원의 10%가 장애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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