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진단(2)-도전받는 4050

입력 2004-04-28 12:10:45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넷과 같은 기술적 요소에다 사회정치적 요인 등으로 세대간의 헤게모니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대간에 접점을 찾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세대간 헤게모니가 변화하는 와중에서 한쪽 세대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세대간에 '공존'의 틀을 모색해야 합니다".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는 신.구 세대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백승대(白承大.51)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등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만큼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세대간에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그 접점을 찾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각 세대를 △국가주의적 세대(70년대까지 대학교를 다녔거나 성인이 된 세대) △체제변혁의 세대(80년대) △대중소비의 세대(90년대 이후)로 구분한 백 교수는 20~30대들이 최근 급부상했지만 아직도 헤게모니(주도권)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정지적 권력이나 부 등 사회적 자원의 상당부분을 아직도 40대부터 50대 초반의 세대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가진 헤게모니에 대한 30대들의 도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대중소비 세대에 대해 포스트모던적이며 탈(脫)국민국가적인 속성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탄핵반대 시위 등에 등장한 촛불은 항의라는 의미도 있지만 축제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요. 민족적, 정치적 이슈를 '이벤트'로 즐기는 현상이 강한 이들 세대에겐 근대적 규범이라든지 규칙이 큰 영향을 못미칩니다. 또 개인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삶에 대한 자세나 민족, 체제변혁 등의 이슈에 대해 이전 세대보다 진지성이 떨어지는 등 진정성이 희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자기제한적'이었던 80년대까지의 세대와 달리 90년대 이후의 세대들은 사고의 폭이 매우 넓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이념적 틀 속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즐겨하는 이들 젊은 세대는 정보화사회에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의 가능성이 높은 것도 젊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고의 폭이 넓고, 그 에너지가 억제되지 않고 폭발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이 약하니까 부정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에너지를 잘 결집하면 한국사회가 역동적인 사회가 되고, 사회변화를 위한 추동의 힘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불안하다는 것도 뒤집어보면 구태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분출하도록 하고, 그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국가와 민족의 틀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정책과 문화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이들 대중소비 세대는 기성 세대를 자신들의 '모델'로 여기지 않는 경향도 보이고 있습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 나이든 세대가 살아온 인생 역정에는 그 나름대로 고난과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를 따라할 수도 없고, 따라할 필요도 없다고 하겠지만 나이든 세대들이 살아온 노정(路程) 그 자체는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대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40~50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요.

"저도 이 세대에 속하지만 이 세대 역시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산업화가 진행됐다면 이들은 60까지 현직에서 일할 수 있었겠지만 인터넷 등 정보화의 확산으로 인해 이들 중 상당수는 권위를 상실하거나 조직에서 밀려났습니다. 정보화의 기술적 측면에서 20~30대를 따라갈 수도 없고, 그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의지한 경우 그 순간에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여기에다 40~50대들의 가치관을 20~30대들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60~70대와 20~30대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백 교수는 기성 세대들에게 젊은 세대를 바라볼 때 '열린 시각'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비록 속도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연세가 높으신 분들 중에도 인터넷을 잘하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나이를 내세워 사회의 변화를 거부하면 고립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성 세대들은 젊은이들과의 갭(gap)을 메우기 힘들겠지만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하려 하지 말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는 지역이 가진 보수적 성향의 원인을 분석한 후 지역의 젊은 세대들이 보다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사회는 한국 사회에서 유교적인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공간적으로도 폐쇄적인 위치에 놓여 있어요.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접촉이 적다보니 사고자체가 폐쇄적일 수 밖에 없고, 획일성이 나타날 개연성이 큽니다. 이같은 영향으로 대구.경북에 사는 젊은이들은 수도권에 비해서는 덜 진취적이고, 규범적인 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지역이 수도권에 비해 개방화가 덜 진행됐고, 30년 동안의 경제성장의 혜택이 수도권보다 낮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이 수도권보다 더욱 국제화가 돼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지역의 젊은이들이 국제 무대에서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백승대(白承大) 교수는

▲ 경북대 사회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경북대 문학박사

▲ 미국 인디애나 볼주립대 교환교수 역임

▲ 우리사회문화학회 편집위원장

▲ 저서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현대적 의의' '현대사회학 이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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