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하늘은 부른다 우리들의 세계로
선물로 가리지 마세요 우리들의 마음을
이제 우리도 엄마아빠 사랑을 보이고 싶어요
이젠 아무 걱정 마세요 씩씩하게 자라는
우리모습 보세요 자랑스럽지 않나요
-아회동요 '오월의 하늘은'
21일 밤 9시 대구시 칠성시장내 한 건물 2층의 한 미술학원. 40여명의 남녀들이 쉬운 노랫말에 경쾌한 리듬에 맞춰 율동과 박수, 환호로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늦은 시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을 앞세워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개미.베짱이.꿀벌.너구리.토끼 등 각양각색의 동물 캐릭터 복장을 한 10, 20대 남녀들이 동물별로 3, 4명씩 짝을 이뤄 무대에 올라 반복되는 음악에 맞춰 온갖 율동을 선보였다.
얼굴엔 누가 봐도 기분이 좋아질 듯한 환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그들은 동화속의 동물처럼 순진무구하게 행동했고 말했다.
'요나특수교육연구회' 회원들. 이들은 다음달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하철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릴 아회(娥會)축제 연습에 한창이었다.
현재 연습중인 꼭지는 축제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시민과 함께 하는 놀이마당'의 일부.
요나특수교육연구회는 지난 1996년 특수학교 교사들이 장애아동들을 교육하면서 느꼈던 현장의 어려움을 나누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특수학교 교사들의 모임이다.
초창기에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특수학교 교사들이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학교 교사들도 참여하게 되면서 현재는 120여명의 정회원들이 전국적으로 4개의 지부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창립멤버인 정혜임(35.여.울산메아리학교)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체장애인들과 일반인들 사이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더라고요. 이런 고민을 대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는 과정에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접 교육현장을 찾아가 다른 교사들의 어려움을 돕기도 하고 장애아동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해주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이 장애아동 교육을 위해 음악치료를 도입하면서 요나특수교육연구회는 큰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박혜주(34.여.울산메아리학교) 교사는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자발성이 결여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모색하던 중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매개체로의 음악을 도입했다는 말이었다.
음악가 김영호씨가 동요 창작을 주도했고 현재 '아회동요 4집'까지 만들었다.
특수학교 교과서 내용에 곡을 붙인 아회동요는 노랫말의 전달을 중시하는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 진행곡을 도입했다.
또 우리말의 운율과 노래의 선율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듣기만 해도 효과적으로 노랫말이 전달되고 기억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장광희(33) 교사는 "자폐증이나 정신지체 아동들은 주의력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유독 음악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아회동요는 다른 동요들과 달리 음악을 틀어놓고도 수업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일반학교에 근무하는 최재옥(28.여.대구산격초교) 교사는 "저학년의 경우 말로 할 때는 잘 듣지 않지만 노랫말 속에 화장실 사용법, 숫자 세는 법 등이 들어있으면 자연스레 기억하는 것 같다"며 "수업 전, 후로 들려주면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요나특수교육연구회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은 다음달 어린이날로 계획된 '아회축제'이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밤마다 모여 축제 준비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1년에 4차례씩(어린이날, 성탄절, 추석, 설날) 대구에서 열리는 '아회축제'는 일반인들을 향해 동심을 일깨우기 위한 행사다.
회원들은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일반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선 일반인들이 살아가면서 잃기 쉬운 순수한 동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수창초교 김효정(32.여) 특수교사는 "모든 어린이들이 밝고 맑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라면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도 비장애 어린이와 똑같이 밝고 맑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아회축제'의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회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 행사가 커지면서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면서 아무래도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겨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봉의 교사 봉급을 쪼갤 수밖에 없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회원들은 "앞으로 아회동요 5집을 만드는 것은 물론 아회축제가 지역의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053)422-6461.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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