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의 내비게이션을 통해 집으로 가는 최단거리를 찾아낸다.
집이 가까워지면 보일러를 켜 실내 온도를 높인다.
도착할 시간에 맞춰 조명과 음악이 켜진다'.
최근 TV 광고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터 분야에선 보편화한 말이다.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미래형 컴퓨팅 환경을 일컫는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상용화한 것도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지게 마련. 사회학자나 컴퓨터 전문가들은 '공유와 감시'라는 말로 유비쿼터스의 두 얼굴을 짚어낸다.
사생활 침해, 비밀 없는 세계, 개인 정보의 독점과 상업화….
세계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가장 빨리 가능한 나라로 한국을 꼽고 있다.
정보통신 인프라는 물론 국민들의 네트워크 활용도도 최고 수준이니 충분히 나옴직한 판단이다.
그래서인가, 유비쿼터스의 어두운 그림자도 벌써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카메라폰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넘어 이제는 학교 교실을 위협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는 모습, 여러 명이 한 명을 따돌리는 모습이 순식간에 인터넷에 유포된 사건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관계자들은 항변의 여지도 없이 직위해제 되거나 자살에 이르기까지 했다.
체벌이나 왕따 같이 사라져야 할 것들에 대한 공격 정도면 봐줄 만하다.
그러나 카메라폰의 표적이 된 교사들은 숨이 턱턱 막힌다고 한다.
수업 분위기를 위해 이따금씩 내뱉던 우스개나 장난스런 꿀밤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그 장면만 인터넷에 올라간다면 어떤 모욕과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소지를 통제하는 학교도 있다.
수업 전에 휴대폰을 거둬들이는 교사도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이 결여된 미봉책일 뿐이다.
문제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교사도 인간인 이상 실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실수마저 누군가에 의해 감시돼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인민재판에 회부된다면 끔찍한 일이다.
이런 걱정을 안고 있는 교사가 자신의 지식과 직관력, 감수성을 총동원해 교육하는 일에 집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교실은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곳이 아니다.
지식 습득은 인터넷을 통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는 세상이다.
교실 수업의 의미는 교사와 학생이 눈과 눈을 마주하며 눈물과 웃음 속에서 온기 있는 언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감성을 서로가 배워가는 데 있다.
이마저 유비쿼터스의 그늘에 덮이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이웃을, 친구를, 심지어 부모형제까지 감시하고 고발하는 절망적인 세상을 맞지 않으려면 바로 교실의 온기부터 되찾아야 한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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