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반말 더 믿음직"
"형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요?"
연애 기간에다 결혼생활 기간까지 합하면 7년. 어느덧 서로 닮아있는 3년차 부부 박태준(33.대구 달서구 두류3동)씨와 정미나(28)씨는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나 나지만 얼핏 보기엔 친한 이성친구 같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만난 지 1년쯤 됐을 때부터 제가 편하게 말을 놓기 시작했어요. 서로 친해졌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이런 언어생활이 훨씬 좋아요". 정씨는 남편인 박씨에게 반말을 쓰는 데 대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박씨 부부는 여느 부부보다 대화가 훨씬 많다.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정치적 문제까지 모든 것이 대화의 소재가 되고, 대화에 있어선 나이가 많고 적음이 없다.
특히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들 부부는 같은 당을 지지하지만 정치적 입장 차 때문에 수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동성친구보다 남편이 더 편해요. 제 말을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리감이 없으니까 어떤 이야기도 숨김없이 할 수 있죠". 정씨의 말에 박씨도 맞장구를 쳤다.
"일단 말하기 전에 머리를 한번 굴리고 나면 솔직한 말이 나오지 않잖아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부부간에 감정적으로 쌓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동갑내기도 아니고 다섯살이나차이 나는데 부인이 '반말'을 쓰면 기분나쁘지 않냐고 물었더니 박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존칭을 쓰면 대화에 벽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편하게 많은 대화를 하다 보면 제가 많이 배워요. 제가 잘 모르거나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듣다 보면 세대차이도 훨씬 좁혀지죠".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들 부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박씨 또래까지만 해도 부부끼리 반말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 하지만 30대 후반만 넘어가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 또 어른들 앞에선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
정씨는 앞으로 아이가 태어나도 서로에 대한 말투엔 변화가 없을 것이고 아이에게 반드시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라고 강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서로 편한 말을 찾은 것처럼 아이도 우리와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관계에 맞는 말투를 찾게 될 거라 생각해요".
이들 부부는 늘 친구같은 부부모습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사람 한사람이 똑같은 인격체인데 연배가 중요한가요. 사람 대 사람으로 평등하게 만나 서로 배워나가는 자세가 중요하지요. 말 안에 든 내용과 마음이 형식보단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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