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인터넷모텔' 성업

입력 2004-04-16 10:00:23

서울에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박정규(42)씨는 생산공장이 있는 구미공단을 방문할 때마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정도씩 머문다.

박씨는 숙박업소에 인터넷 시설이 있는지를 먼저 따지는 게 일상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본사에 일일보고를 해야 하고,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메일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시간이 적적할 때면 한번씩 게임도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장 기술자, 국내외 바이어 등 외지 출장객들로 늘상 북적이는 구미공단 주변 여관과 모텔 등 숙박업계에서는 요즘 객실에 인터넷 전용선과 컴퓨터를 설치하는 등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업주들은 기존의 숙박시설을 'PC 여관' 또는 '인터넷 모텔' 등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현재 폐업사태가 속출하는 숙박업계의 불경기를 뚫고 나간다는 전략이다.

숙박업주 김동일(56.구미시 고아읍)씨는 "구미시내 전체 숙박업소 중 40% 이상이 이미 인터넷 시설을 들여놓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게다가 현재 신축 중인 숙박시설은 아예 처음부터 이같은 시설을 설치하는게 기본이 됐다"고 했다.

여관 정면에 '초고속 인터넷 완비'라고 써 붙인 구미시내 ㄷ업소의 경우 하루 숙박료가 2, 3인용 객실 기준으로 일반 객실은 3만~3만5천원이지만 인터넷 전용선이 깔리고 펜티엄4급 PC가 설치된 객실은 이보다 1만원이 비싼 4만~4만5천원씩 받고 있다.

다른 숙박업소 주인은 "이런 첨단시설은 유행을 타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바로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다"면서 "컴퓨터 사양도 때맞춰 높여줘야 하고 새로운 게임도 깔아줘야 하는 등 뒤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 객실보다는 약간 높게 받고 있다"고 했다.

주로 젊은 층인 '게임족'들도 일반 PC방보다는 요금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인터넷 여관'이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게임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며 아예 3, 4일씩 장기투숙하고 있다.

대학생 김수길(23)씨는 "평소 프로게이머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데 친구들과 가끔 일반 PC방 보다는 완벽한 냉.온방은 사우나 등 목욕시설을 갖춘 '인터넷 여관'을 찾아 게임을 벌인다"고 했다.

이처럼 대중 숙박시설의 인터넷 PC수요가 급증하자 이들 숙박업소에 인터넷 시설을 전문적으로 설치하는 업체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면서 전국에 이미 50여개 업체가 새로 들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숙박시설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개인 PC방 기능도 갖출 것이기 때문에 숙박업계는 잠재력이 대단한 신규 IT시장"이라며 "컴퓨터 업계에서 숙박업소 전용 PC를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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