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정치해금'

입력 2004-04-16 06:34:02

열린우리당의 4.15 총선 압승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 연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아직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우

리당 압승에 힘입어 재신임 문제는 사실상 정리됐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2차 관문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른바 '법적인 해금'을

이루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헌재의 결정과 이를 둘러싼 국민여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총선직후 우리당측에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양당 대표회담을 제

의, 탄핵 철회 문제를 놓고 정치적 대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일각에

서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특히 양당 대표회담이 성공적일 경우 노 대통령과의 3자회담도 성사되지 않겠느

냐는 분석이 많다.

물론 회담 의제를 놓고 우리당이나 청와대는 탄핵 철회 문제를, 한나라당은 탄

핵문제는 헌재에 맡기고 정치권은 경제회생 문제에 집중하자고 맞서 있어 진통이 예

상되나 일단 회동 성사 자체가 탄핵국면의 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

이다.

이미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권한정지 한달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산행에서 총선 후 통합과 상생의 정치가 시대의 큰 흐름을 형성해갈 것임을 예고함

으로써 정치권의 타협 분위기 조성에 나설 뜻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처럼 사생결단식 대결 정치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

의 뜻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정치가 시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야당이 정치적 합의를 통한 탄핵 철회에 합의해줄 경우 대국민

사과 등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분간 냉각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와 진보단체의 개별 촛불시위를 통해 또다시 '찬탄' '반탄'

의 거센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크다. 이들 두 진영은 이미 오는 17일 대규모 촛불시

위를 예고해 놓은 상태다.

어찌됐건 노 대통령은 일단 탄핵고비까지 넘어서면 조각수준의 대대적인 개각과

청와대 인사 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하고, '클린 사회' 구현을 위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노 대통령이 진정한 의미의 임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권 2기 국정운영 준비에 서서히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노 대통령이 산행 때 부패정치와 지역정치 해소를 누누이 강조한데서도 이

런 기류는 이미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진 공개적인 활동은 가급적

자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총선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조금 바빠질 것"이

라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노 대통령도 산행때 "총선후 숨통이 좀 트일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때문에 국무회의 주재나 주요인사 단행 등 법적 지위를 수반하는 활동은 할 수

없겠지만, 청와대에서 외부인사를 면담하거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대내외 활동은 조

금씩 보폭을 넓혀나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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