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구.경북의 한나라당은 선거운동 14일 동안 대선같은 총선을 보냈다.
탄풍(彈風), 박풍(朴風), 노풍(老風) 등 전국적 이슈에 따른 바람선거 때문에 선거기간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전국적 이슈 하나에 후보 지지율이 5%, 10%씩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개정선거법 때문에 개별 후보의 선거운동도 무의미했다.
선거법 제약 탓에 후보들의 개별 선거운동의 영향은 미미했다.
바람 선거로 대구.경북 27개 전 선거구 후보들이 득실을 함께 경험한 것이다.
'거여견제론'과 '노풍'은 순효과를 내긴 했지만 후보들의 정책이나 인물론을 검증할 기회 자체를 박탈했다.
대구 6명, 경북 6명의 정치초년생 후보들은 바람선거 덕을 톡톡히 봤다.
지역 시도당의 애로도 여기에 있었다.
지난 16대까지만 해도 정당연설회 등을 통해 후보간 공동대응 형식의 선거운동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행사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했다.
시당이 마련한 공동기자회견, 식목행사, 타임캡슐 봉인식 등 3차례의 후보 공동행사는 자체 결속을 다지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경북도당도 기존의 정당연설회를 통한 후보간 지원연설 등이 전무했다.
한나라당 일색으로 가는 선거분위기에 애써 이벤트까지 만들어 부산을 떨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판에 격렬했던 싹쓸이 반대여론은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속앓이가 심했다고 할 수 있다.
박태봉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막판에 세불리를 느낀 열린우리당측이 극단적 방법을 동원했다"면서 "집권여당으로서의 당당함을 잃는 바람에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열린우리당
바람으로 시작해 바람으로 끝난 선거였다.
인물과 정책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천신만고 끝에 선거에 임한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상대 후보와 정당을 상대로 싸운 게 아니라 '지역 정서'란 망령과 '바람'이란 괴물과 싸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그동안 대구와 경북 '싹쓸이'현상은 비 한나라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보다 인물 면에서 뒤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얘기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한나라당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현 정권과의 창구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이강철 후보를 비롯해 윤덕홍.이영탁.권기홍.추병직.김정호 후보 등 전직 장.차관 그룹, 이재용.박기환.조창래 후보 등 일선 행정 경험이 풍부한 그룹, 김준곤.김태일.배기찬.권형우.김현권 후보 등 젊고 개혁적인 그룹, 조인호.박선아.배용재.조현국.김승년.황성재 후보 등 전문가 그룹 등 어디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상품'이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이들 '상품'들의 인지도였을 뿐이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유권자들의 후보 친숙도 제고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경계심 저감을 위해 각종 행사를 기획하는 등 눈물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도 '바람'앞에선 허사였다.
유리한 바람이 불면 천당문이 보였고, 불리한 바람이 불면 지옥문 앞에 서 있는 형국이었다.
모든 전략과 기획 그리고 정성과 노력은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17대 총선은 지역주의 구도를 허무는데 상당히 크지만 불완전한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바람과 지역정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는 없는 선거였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군소정당.무소속
민주당을 비롯한 군소정당들은 이번 선거활동을 결산하면서 '이성은 없고 감성만 있었다'며 양당구도로 치러진 선거분위기를 일제히 비난했다.
감성대결이 유권자들 선택의 폭을 좁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민주당은 바람싸움이 민주적 선거를 가로막는 요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치호 선대위원장은 15일 "삼보일배 및 단식 등 여야 일부 후보들이 당선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까 정치적 쇼로 일관했다"며 "결과적으로 4.15총선은 여론조작의 의심과, 편파방송 시비가 벌어지고, 정치적 쇼가 난무하는 혼탁한 선거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바라고 싶은 것은 선거 막판에 다시금 싹쓸이 부활론이 일어나고 동서화합의 숭고한 정신이 퇴색되어 가는 퇴보의 정치판이 재현되는 비극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며 일당독식을 우려했다.
민주국민당과 자민련, 민주노동당도 비슷한 견해를 제기했다.
자민련은 "감성에 치우쳐 표를 호소하는 작금의 양상은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며 "지금까지 대구.경북 선거가 지역감정에 휘둘리더니 이제는 감성정치가 판을 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민노당과 민국당은 "이번 선거는 과거의 선거에 비해 다소 깨끗했다"고 말하면서도 "원내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과거와 다름없이 국민을 외면한 당리당략과 감성과 동정심에 의존하는 선거로 얼룩졌다"고 폄하했다.
한편 양당구도의 최대 희생자인 무소속 후보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서구의 백승홍(白承弘) 후보는 "인물대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정치권 스스로가 '묻지마 투표'를 유도했기 때문"이라며 주요 정당들을 비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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