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에는 고색창연한 로봇이 등장한다.
팔이 긴 둔탁한 모양.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했다.
그래서 기억해 낸 것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1986년)였다.
일본 개봉 18년 만에 한국 극장가에 걸린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가 된 '지브리 스튜디오'의 첫 작품. '가장 하야오다운 영화'라는 평을 들은 그 작품이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되는 것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중 제3부에 등장하는 '공중에 떠 있는 섬 라퓨타'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작품이다.
일본에서 '그냥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 증상'이라고 해서 '라퓨타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다.
광산촌인 슬랙 계곡의 고아 소년 파즈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녀 시타를 구해준다.
시타는 하늘을 무중력으로 떠다닐 수 있는 목걸이(비행석)를 하고 있다.
정부의 군대와 해적들은 비행석을 빼앗기 위해 이들을 쫓는다.
파즈는 하늘에 떠 있는 라퓨타의 존재를 믿게 되고 시타와 함께 라퓨타를 찾아 나선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현대의 기계 문명 이전에 이미 고도의 문명이 지구상에 존재했다는 전설을 '걸리버 여행기'와 '보물섬' 등 소설에 접목시켰다.
'라퓨타'는 '구름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란 뜻. 모델은 전설이 된 플라톤의 잃어버린 지리학 '천공의 서'에 나오는 '라퓨태틀리스'.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고도의 문명을 건설했으나 기원전 500년경 질병으로 대부분이 죽고, 소수의 생존자만 지상에 내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모티브일 뿐 영화 속 색채와 메시지 등은 완전히 '하야오식'이다.
구름 덩어리로 인해 지구에서 한 번도 목격된 적이 없는 거대한 성이 하늘에 떠다닌다는 상상은 정말 신비로운 일이다.
거기에 물속 같은 저 중력의 비행감, 우스꽝스럽고 정감어린 해적들 등이 나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할리우드의 달큰한 애니메이션과 달리 겉껍질을 까면 기계문명과 권력에 대한 비판, 자연과의 공생 등 메시지들이 소복이 들어앉아 있다.
꿈과 환상, 그리고 메시지의 3박자가 잘 들어맞는 애니메이션이다.
구름을 휘젓는 비행선 추격장면과 천년의 잠 속에 빠진 로봇의 가공할 위력 등 역동적인 화면은 하야오 감독이 추구하는 '하늘의 꿈'이 잘 묘사돼 있다.
작품 속 배경은 감독과 스태프들이 영국 웨일즈 지방을 로케이션해서 얻어낸 산물이다.
로봇은 하야오 감독이 직접 디자인했다.
5월을 맞아 가족들이 함께 보면 좋을 환상의 애니메이션이다.
30일 개봉 예정. 124분. 전체관람가.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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