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대구 동구 사복동 대구지하철공사 안심차량기지 인근 농장. 이 농장 주인 이영일(49)씨는 오이.들깨잎.호박.쌈채소.토마토 등의 채소.과일류를 화물차에 싣고 있었다.
"이 채소.과일류는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태생'부터 틀립니다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이죠. 다른 점이 있냐고요?. 빛깔부터 틀리지 않습니까? 맛은 물론이고요".
그는 1990년부터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시작했다. 그리고 14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머리가 이상한 것 아니냐'는 주위의 비아냥도 적지 않았지만 '엉뚱한 짓(?)'을 한 덕분에 그는 연간 매출 2억원을 자랑하는 '부농(富農)'이 됐다.
"군 전역 이후부터 줄곧 농사를 지었는데 어느날 문득 '내가 우리집 농산물을 먹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학비료를 쓰고 습관처럼 농약을 뿌려댔기 때문이죠. '정말,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나도 먹기 두려운 '농약 범벅 채소'를 어떻게 다른 사람 먹으라고 팔겠습니까?"
친환경 농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찾아나섰고 어깨 너머로 배운 지식을 자신의 농토에서 직접 실험했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결심한지 5년만인 1995년부터는 일절 농약을 끊었다. 결국 땅힘이 세지고 병충해 천적이 오히려 증가, '제대로된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도 많았죠. 농약을 안 치니까 병해충때문에 한개의 수확물도 얻지 못하고 밭을 갈아엎어야하는 사례가 셀 수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자꾸 해보니까 화학약품의 힘을 빌지 않고도 병해충을 물리칠 수 있는 길이 많았습니다" 그는 작은 거미류가 잎들깨에 달려드는 진딧물을 퇴치한다는 것을 알았고 진딧벌도 진딧물 잡아먹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쳤다.
또 은행나무, 엽기풀, 재피나무 등 자연에 존재하는 적잖은 식물에 천연 살충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들 식물을 끓인 뒤 즙을 만들어 '천연 살충제'로 사용했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시작한 지 7년여만에 손익 분기점을 돌파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가 비록 좁은 길이었지만 큰 길로 향하는 관문이었습니다. 이제는 농사꾼치고는 '꽤 값나가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는 1998년부터는 대구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빌어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농업인들을 모은 뒤 '대구시친환경농업연구회'를 조직, 회장을 맡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연구회 소속 46명의 회원들로부터 친환경 농산물을 모은 뒤 자신이 '판매책'을 맡아 서울 등 대도시로의 판로를 개척한 것.
덕분에 이 연구회 소속 농업인들은 연간 1천159t의 친환경 농산물을 전국 각지로 판매하고 있으며 제주도, 경상남도 등의 농가로부터도 위탁 판매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선 대구.경북지역만 해도 700만명의 시장을 갖고 있지만 직판매장이 없어 소비자와의 연결이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화물차 1대에 하루 25만원씩의 물류비용을 지불하고 경기도로 제품을 출하하고 있습니다. 대구가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물류거점이 될 수 있는데도 농업인들은 자본이 부족해 더 자랄 수 없습니다. 저희를 '신산업'으로 봐준다면 지방정부 지원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영일 회장은 농업도 산업이라고 했다. 053)963-0818. http://home.daegu.go.kr/~whanong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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