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4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한 팔공산 동화사. 벚꽃으로 아름다운 도로를 지나 절의 초입에 다다르면 작은 안내문이 눈에 띈다.
'이 세 개의 돌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난데없는 수수께끼다.
여의주니, 공룡 알이니 의견이 분분하다.
정답은 '봉황알'. 832년 동화사 중창 당시 한겨울에도 오동나무에 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본시 봉황은 오동나무 숲에 깃들고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고 하니 동화사는 봉황이 알을 품은 자리이며, 그 알이 이 곳에 놓인 것이다.
이 안내문을 붙인 해설사 이현동(38)씨는 "사람들의 궁금증도 유발하고 자연스럽게 해설사를 찾도록 하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돌 하나, 불상 한 점에도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있다.
문화유산해설사는 문화유적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문화재와 지역문화,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안내해주는 역사 도우미다.
모두 자원봉사자들로 대구 시내 주요 명소 17개소에 모두 64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문화 유적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유적지를 찾기 전에 미리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갖고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정보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불로 고분군에서 해설을 하는 김준영(37)씨는 "답사 오기 전에 다양한 사전 정보를 갖고 오긴 하지만 자신이 가진 정보의 한계를 못 넘는 경우가 많다"며 "적고, 찍고, 알아가기 위해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자주 방문하면서 문화유산을 내 것처럼 즐기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유적지를 찾는 사람들도 천태만상. 파계사에서 근무하는 이현숙(37)씨는 "방학 때가 되면 아이들의 방학 숙제를 위해 유적지를 찾는 부모들이 많다"며 "어른들은 별달리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깊이 있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김정희(45.화원동산)씨는 "화원동산을 그저 위락시설로만 아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5만6천평에 달하는 이 곳에는 신라시대 호족 무덤과 신라 토성이 있는 먼 옛날 군사 요새였다"고 강조했다.
이현동씨는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볼 것 없다'는 얘기"라며 "유적지를 찾기 전에 무엇을 볼 것인지 만이라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설을 하는 것보다 해설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준영씨는 "상대방의 정보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깊이의 해설을 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두 세 마디의 대화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화원동산처럼 유흥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은 더욱 힘들다고 한다.
이들은 보통 1주일에 이틀 정도를 3~5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생업과 자원봉사를 병행하는데 자원봉사하는 날에는 식비와 교통비 조로 3만4천원을 받는 것이 전부다.
문화유산해설사가 되려면 대구시내에 거주하는 시민으로 우리의 역사문화 유적에 대한 기본적 소양과 문화유산의 관리자, 후손 및 문화유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외국어는 기본. 면접을 통해 선발되면 60여 시간의 전문 교육을 받고 유적지에 배치된다.
이들은 자신만의 해설 기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공개되지 않는 유적은 직접 사진을 찍어 보여주거나 안내 책자를 자비를 들여 만들기도 한다.
해설사가 관광객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상대방의 관심정도를 파악하고 쌍방향 해설이 되도록 하는 건 기본. 해설을 쉽게 하기 위해 파일, 화이트 보드 등 다양한 소도구도 사용하기도 한다.
약령시에서 일하는 박영희(42)씨는 "약령시에는 과거를 유추할 수 있는 유산이 남아있지 않다보니 패널하나 약초하나로 350년의 역사를 그려내야 한다"며 "약령시에서 일하다보니 반 '장금'이가 됐다.
얼마 전 호주에서 온 외국인이 자신에게 불면증이 있다며 좋은 약재를 소개해달라고 조르는 통에 중국 3대 명약 중 하나인 '하수오'를 소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들이 고된 해설사를 수년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박영희씨는 "일종의 자아도취"라고 했다.
힘들어도 뭔가 깨달은 듯한 관광객의 눈빛을 보면 온몸이 짜릿하다는 것.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에서 해설을 하는 김정숙(49)씨는 "고향이 구지면이면서 외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2시간동안 비를 맞으며 설명을 듣고는 '우리 고향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곳인지 몰랐다'며 고마워할 때 뿌듯했다"고 했다.
이들은 문화유산해설은 일종의 '문화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유산해설사처럼 기본 소양과 전문 교육이 필요하고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자원봉사자들은 사회적 자원이 된다는 것. 지난해 U대회처럼 국제적으로 큰 행사를 유치할 경우에도 축적된 전문 자원봉사자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화유산해설서비스 제공시간은 오전10시~오후 6시. 해설소요시간이 1시간 이내인 경우 오전10, 11시, 오후1~4시, 2시간이내인 경우 오전10시, 오후1, 3시에 유적지를 출발한다.
단체 관광객은 시청 관광과나 관광협회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문의 관광과 053)429-3383, 관광협회 053)746-6407.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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