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계 문법학습

입력 2004-04-09 09:01:42

영어교육에서 듣기와 말하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문법 학습에 소홀할 순 없다.

그런데 이것이 학부모들에게는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다.

자녀의 영어교육에 남들보다 일찍 관심을 갖고 공을 들여온 학부모라고 해도 언제쯤, 어떻게 문법 학습을 시켜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일부 학부모들은 문법 학습을 영어 학습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받아들기도 한다.

때문에 영어 학습의 시작은 듣기와 말하기 위주의 이른바 '살아 있는 영어'로 시켰다가도 조급함과 불안감에 쫓겨 지나치게 일찍 문법 학습을 시도하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

물론 문법은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이상 꼭 필요한 학습 영역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문법 학습이 그동안 쌓아온 영어 실력마저 무너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법 학습 잣대는 논리력

문법 학습은 '언어에 존재하는 규칙을 이해함으로써 더 정확한 말을 구사'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문법 학습은 크게 개념 학습과 적용 학습의 두 단계로 나뉜다.

문법을 잘 하는 경우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훈련이 적절하게 된 학생을 말한다.

개념 학습이란 문장에 존재하는 규칙을 논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인데, 여기에는 마치 수학 공식과 비슷한 이치가 존재한다.

문법 학습의 시기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여기서 발견된다.

'우리 아이가 과연 이런 문법적인 개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변별력이 존재하는가'하는 것이다.

성급한 학부모들이 자녀의 연령을 무시한 채 문법 학습을 서두르다가 망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판단력과 이해력이 떨어지는 연령대의 어린이들에게 복잡한 문법 학습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것이다.

▲적용 없는 개념 학습은 허상

개념 학습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면 적용 학습에도 그에 못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문법 학습 후 자녀의 영작이나 독해 실력이 한결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법의 개념은 학습했다고 하더라도 학습한 규칙을 영작이나 독해에 적용하는 응용력과 순발력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훈련하지 않는 한 개념 학습은 단지 이해 수준에 머물 뿐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문법 학습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그릇된 경향에 빠지기 쉽다.

학년이 오를수록 이런 경향이 흔히 발견되는 것도 문법 학습이 일방적으로 규칙만 소개받는 개념 학습의 범주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념 학습을 할 때부터 그 개념이 적용된 다양한 형태의 문장을 충분히 접하게 해 주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

막연하게 규칙을 이해하고 외우는 게 아니라 항상 관련된 문장과 함께 규칙을 학습하고 학습 뒤에는 역으로 규칙이 적용된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 문법 학습의 바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김도경(세인트폴 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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