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원자재 대란과 지역경제

입력 2004-03-31 14:06:04

최근 들어 원자재 구득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기에 적신호의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전 산업에 널리 파급효과를 가져다주는 원유 가격은 1년 사이 15% 이상 올랐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모처럼 30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제원자재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CRB지수는 8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들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 해상운임 가격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3배 이상 올랐다.

원유 외에도 철강재, 철근, 비철금속, 건축자재, 곡물류, 농자재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일부 품목은 공급 물량이 적어 웃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원자재 파동은 미.일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국내경기와 지역경기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각종 경제지표에도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 1, 2월 중 국제수지 흑자가 50억 달러에 달하긴 했으나,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3월부터는 수입이 크게 늘어나 국제수지 흑자 행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도 원자재 파동의 영향으로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2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산자물가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올라 1년 전에 비해 4.5%나 상승함으로써 소비자물가의 상승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자재 파동은 우리 대구 경북지역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강재의 가격이 너무 오르고 제때에 구입하지 못하여 상당수의 지역 기업들이 가동을 단축하거나 중단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비록 가동을 하더라도 임가공에 주로 의존하는 지역 중소기업들은 재료비 상승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급격한 채산성의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원자재난은 제조업뿐만 아니라'10.29 부동산대책' 이후 사그라들고 있는 지역 건설건축업의 경기에 다시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각종 농자재 값이 크게 오르는 통에 지난 3월초에 입은 폭설 피해의 복구에 나선 경북 북부 농민들마저 울상을 짓고 있다.

철강재의 공급난이 계속되고 고철 가격이 급등하자 일부 지자체와 기업, 농민단체 등이 고철 수집운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하수도 뚜껑을 훔치고 고철 야적장을 터는 절도범까지 생겨나고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60, 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지금의 원자재 대란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제 원자재 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미.일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원자재의 재고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연간 8~9%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엄청난 원자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원유와 철광석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인데다 POSCO를 비롯한 숱한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중국 국내에 투자하여 원자재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워낙 막대한 규모의 원자재를 독점적으로 수요하다 보니 원자재 수급의 균형이 깨진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국제 원자재 부족 문제가 지속될 경우, 이는 세계 경제 성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병목현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의 영향권 내에 자리한 우리나라와 대구.경북지역 경제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소지가 없지 않다.

원자재 대란에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처방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정부의 외교통상정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며, 매점매석 단속, 원자재구입 금융의 확대 등 단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업들도 글로벌 경제 환경 하에서 원자재 시장의 동향을 미리 예측하고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선진국 수준을 오히려 웃돌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과 자원 재생을 위한 기술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세제 금융상의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물과 전기에서부터 가구나 1회용제품에 이르기까지 종래에 흥청망청 쓰던 소비 관행에서 벗어나 자원 및 에너지 절약정신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국부(國富)의 유출을 막는 동시에 환경도 보전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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