總選에 가려진 '빚더미' 경제

입력 2004-03-30 11:44:39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부채가 1천만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민 1인당 벌어들인 소득(GNI)이 1만2천646달러로 약 1천500만원에 달하므로 번 돈의 3분의 2를 빚갚는데 써야한다.

뿐만 아니다.

정부가 지고있는 부채도 결국 국민의 몫인 만큼 이까지 합치면 거의 1년 소득과 맞먹는다.

한국경제 앞날의 최대 걸림돌인 부채 보고서가 이 지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기업.정부 부문 금융부채는 모두 1천299조4천억원으로 1년 새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개인 부문 금융부채는 482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구당 빚은 평균 3천44만원에서 3천156만원으로 3.7% 늘어 1인당 빚이 사상 최고치인 1천7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인데 빚 증가율이 5.7%에 달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주먹구구로 계산해도 '빚내서 잔치'한 꼴이다.

1인당 평균 빚이 1천만원이라면 서민층으로 내려가면 더욱 심각해진다.

80대 20의 사회, 갈수록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서민층은 아예 빚더미에 눌려 앉은 셈이다.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가 실감난다.

빚 때문에 가정파탄이 일어나고 일가족이 자살하는 경우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닌 '불감증(不感症)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가구 10곳 중 4곳은 빚 갚을 능력이 없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물론 성장을 위해서는 부채 증가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실업률은 높아지고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는데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인기영합에 눈이 어두워 '경제 논리'는 뒷전인 채 일단 일을 벌여놓고 보는 스타일이다.

가계는 가계대로 낮은 금리를 이용, 빚을 내서라도 집을 장만하겠다며 현재 주택자금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죽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면 모두가 거품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것은 총선 정국에 가려 우리가 현재 이 거품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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