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라이프-선거부정감시단

입력 2004-03-27 15:44:33

'유권자 여러분, 금품.음식물 등을 제공받으면 50배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것 아시죠?'.

선거법의 개정으로 이번 17대 국회의원 선거때는 유권자들도 선거와 관련된 행동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특히 연고성이 높은 대구.경북지역은 한집 건너 학연, 지연이 얽히다 보니 선거철때마다 적지않은 잡음이 생기곤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단을 처음부터 없애자는 취지로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한 '선거부정감시단'이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자원봉사를 자청한 시민을 비롯 각 정당의 추천인 등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민들로 구성된 이 선거부정감시단은 다음달 15일 총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각종 부정선거를 뿌리째 뽑기 위해 골목골목을 누비게 된다.

20일 현재 대구의 8개 구.군 선관위에 나뉘어 활동하고 있는 '선거부정감시단'은 400여명. 여느 선거때보다 지원자가 무척 많아 각 선관위별로 평균 4대 1정도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는 시 선관위측 설명이다.

대구 달성군 선관위 감시단원으로 활동하는 주재범(35)씨는 "공명선거 자체가 한국 정치를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다"며 "힘든 일도 많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동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정재호(50.신천3동)씨는 8년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건강이 나빠지고 직장도 그만 둬 사회활동에 나서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감시단원 모집 소식을 듣고 뛰어들었다고 했다.

정씨는 금품살포 등의 부정선거 활동 감시를 위해 '비밀조직원(?)'까지 가동해 정보포착 및 현장적발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처럼 이번 '선거부정감시단'에는 "이번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민에 의해 국민의 힘으로 지역대표자를 뽑도록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이진달 시 선관위 지도계장은 전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가정주부로만 지내오다 최근 탄핵정국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더 이상 두고볼수만은 없다는 뜻에서 감시단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주부 서언화(39.여.중구 남산4동)씨와 박순녀(42.여.서구 비산동)씨의 경우.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다는 서씨는 "요즘 신문.방송 등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생각됐다"면서 "이때문에 17대 국회만큼은 바르고 공명정대한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자그마한 밑거름이 되고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6.13 지방선거와 지난번의 대통령선거 때도 감시단원으로 나섰지만 부정선거의 뿌리가 아직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족들의 동의도 있는 만큼 이번에는 더욱 열심히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처럼 좋은 뜻을 가지고 출발하면서도 적잖이 부담이 가는 것도 없지만은 않다고 감시단원들은 토로했다.

서로 알고 지내는 이웃 주민들로부터 '이런 것쯤은 봐줘도 되잖아, 서로 돕고 살아야지 너희들만 정의롭고 우리는 부패하냐'는 등의 각종 협박 아닌 협박까지 받게 된다는 것.

대구 수성구에서 활동하는 김상백(32.수성3가동)씨는 "동네에서 부정 선거운동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 묻다보면 '귀찮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출마예상자들의 선거사무실에 들르면 '오지말라'는 등의 협박성 말도 듣고 있다"며 "특히 자주 들르는 곳에서는 위협적인 언사가 다반사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또 달서구에서 활동하는 박진응(38.본동)씨도 "식당 아줌마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다니는 우리를 보면 '영업에 지장을 준다'며 몹시 불쾌해 하고 싫어한다"면서 "그러나 감시단의 활동목적과 뜻을 가능한 한 잘 설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고충을 겪으면서도 감시단원들은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이라는 대의가 뚜렷한 만큼 자신들의 활동을 그 누구도 막거나 가로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감시단원은 자신의 친구가 부정선거에 개입돼 선관위에 고발당하는 일까지 있어 고민도 많이 했지만 공명선거의 기틀을 꼭 마련하자는 뜻이 더욱 컸다고 했다.

감시단원 중 가장 젊은 층인 북구지역 감시단원 이강은(20.서변동)씨는 "군입대를 앞두고 대학 휴학기간 동안 하나의 경험을 쌓기 위해 참여했다"며 "예전에는 정치와 선거에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먼저 활동하셨던 분들의 얘기를 접하면서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해 강한 소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득하 시 선관위 홍보계장은 "이들의 열성적인 도움이 없다면 선거관련 업무는 엄두도 못낸다"며 "지난 16대 총선때부터 시작된 '선거부정감시단' 활동이 이번에는 정착될 것 같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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