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4-03-25 09:12:42

새야, 너는 좋겠다.

길 없는 길이 많아서,

새 길을 닦거나 포장을 하지 않아도,

가다가 서다가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겠다.

길 위에서 자주자주 길을 잃고

길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길이

너무나 많은 길 위에서

나는 철없이 꿈길을 가는 아이처럼

네가 부럽다.

정말 부럽다.

이태수 '새에게' 부분

시인은 늘상 떠나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붙잡혀 살고있지만 마음만은 현실을 떠나 꿈과 이상에 사는 사람이다.

시인이 새를 부러워하는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음이라기보다는 자유라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삶에 대한 무게가 너무 빨리, 너무 무겁게, 또 너무 오래 지고 있다는 생각에 그 짐을 벗고 싶다는 충동보다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너무 강해서 그렇게 비춰졌다고 보는 게 좋겠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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