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와 별반 다를 게 없어요. 7차가 자유로운 과목 선택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나 학생 모두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중심으로 편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성취 수준과 흥미에 따라 단계형, 심화.보충형, 과목 선택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다 같은 학년의 학생들도 수준에 따라 다르게 가르치는 수준별 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특징.
하지만 고교 현장은 목표와 거리가 멀다.
학교로서는 교사 수급과 교실 여건 등을 고려해 수업을 짤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자리잡지 못한 수준별 교육
정부는 지난달 17일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7차 교육과정에 따른 수준별 이동수업 비율을 2007년까지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차적으로 확대한다는 이동수업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교사들은 "상위반은 수업 분위기도 좋고 교사도 의욕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지만, 하위반은 학습 의욕을 상실한 상태라 수업 진행도 어렵고 수준에 맞는 교재도 없어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고 말한다.
교사들은 다양한 학습 내용과 자료, 충분한 교원 확보, 교습방법의 다양화,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의 한 고교 교사는 "수준의 개념이 학생의 능력인지, 주어진 내용을 빨리 배운다는 것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며 "입시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점수에 따라 학생들을 줄세우는 방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성적 산출, 평가 방식도 문제. 교사들은 수준별 수업을 하더라도 내신성적 산출 문제에 걸려 평가를 달리 할 수 없다며 신뢰할 만한 평가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 ㄷ고교 교장은 "평가방법 개선 없이는 가르치는 것 따로, 시험 따로인 수준별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말뿐인 선택과목
고교 2학년 이후 운영되는 교과목 선택제는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보다는 대학 진학에 유리한 과목 선택을 유도, 특정 과목에 대한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2년 동안 모두 79개의 선택과목 216단위를 배워야 하는데 개별 고교에서 학생들의 선택 수만큼의 과목을 개설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희망 과목 조사에서 숫자가 적게 나오면 폐지되기 다반사다.
소규모 학교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경북의 경우 학년당 학생 수가 100명이 되지 않는 고교가 81곳이고, 20명 이하인 학교도 20개나 된다.
학급 규모에 따라 학년당 교사 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 사정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특정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학교로 진학할 경우 자신이 희망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업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학생들도 생겨나고 있다.
교사들은 '고교별 선택과목 예고제'시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수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어려움만 호소하고 있다.
또 과목을 여러 개로 쪼개다 보니 한 교사가 담당해야 할 과목이 많게는 3, 4개에 이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럴 경우 부전공 교사들의 수업이 늘 수밖에 없다.
경북의 한 고교 교사는 "재량 활동과 선택 교과목들은 현재 있는 교과목들을 짜깁기하거나 부전공 연수 교사들이 상당 부분을 맡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해서는 양질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조두진.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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