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사건으로 가뜩이나 시국이 어수선한 판국에 강금실 법무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 간사를 맡고있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만난건 그 경위가 어찌됐든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강 장관은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도 "다음 국회에서 탄핵안을 철회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으로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자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이 "미묘한 시점에 장관들은 언행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충고까지 받은바 있었다.
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 장관이 문 전(前) 수석을 근무시간중에 만났다는 건 고 대행의 경고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행태가 아닌가.
특히 탄핵정국에서 대행정부의 각료중에 법무장관은 어느 각료들보다 더욱 언행에 조신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작금 벌어지고 있는 불법집회 등 각종 법률위반사항에 대한 최종판단을 해야 할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 스스로가 이런 오해를 자처하고 있다니 그야말로 한심스럽다.
물론 강 장관측에선 "문 전 수석이 청와대를 떠난 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어 인사차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현 시국사태에 대한 깊은 인식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이런 오해를 사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길은 많았다는 점에서 한낱 변명에 불과할 따름이다.
만약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문제 관련한 모종의 의견조율을 거친게 맞다면 강 장관은 더더욱 자기본분을 망각한 경솔한 처신을 한 것이다.
탄핵소추안은 국회가 대통령 개인에게 한 것인 만큼 특히 법무장관은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야당의 "감사원의 직무감찰대상"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법무장관이 이러니까 중앙부처 일부 공무원들이 탄핵반대성명서를 내고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불법경고를 아예 무시하는 게 아닌가. 강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돕는데 일조를 한다는 차원에서 문 전 수석을 만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구설수를 낳는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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