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漢文!

입력 2004-03-19 09:08:15

산수유가 올해도 제일 먼저 노란꽃망울을 피웠다.

봄의 전령사 같은 노란빛이 세상을 물들일 즈음 예기치 않았던 폭설이 들판을 가득 메웠다.

무너진 축사며 시설재배하우스를 바라보면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는 것은 人之常情(인지상정: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일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이렇기 때문일까. 연일 뉴스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말이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언뜻 들어보아도 '봄이 오지 않았구나'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하지만 '春來不似春'에는 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국 前漢(전한) 11대 황제 元帝(원제) 때의 일이다.

원제는 이상적인 정치를 꿈꾸었으나 현실은 그와 다르게 매년 흉년이 들고 백성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게다가 변방에는 흉노족이 침입하여 약탈을 자행하고 있었다.

급기야 원제는 흉노족의 선우에게 화친을 요청하게 되는데, 선우는 원제의 후궁 가운데 한 명을 아내로 줄 것을 요구하였다.

원제는 궁중의 화공인 毛延壽(모연수)에게 후궁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오게 했다.

원제는 후궁의 모습이 그려진 화폭을 살펴서 가장 못생긴 후궁을 선우에게 보내기로 결심하고 한 명을 선택하여 불렀다.

하지만 원제의 앞에 불려 온 후궁은 맑고 청순하기 그지없는 아리따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제는 화공을 불러 그 까닭을 물으니 "다른 후궁들은 흉노족에게 시집가기를 꺼려 저에게 많은 뇌물을 주고는 아름답게 그릴 것을 부탁했습니다만 그녀는 저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였다.

화공은 그 일을 괘씸히 여겨 그녀를 추하게 그렸다고 한다.

그 후궁은 바로 王昭君(왕소군)이다.

하지만 원제는 이미 시집갈 후궁으로 왕소군을 정하였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이 그저 눈물만 흘렸다.

왕소군도 또한 시집을 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서 선우를 만난 왕소군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전한다.

당나라 때 시인 李白(이백)은 "昭君(소군)이 안장을 물리며 말에 오르니 불그레한 얼굴에 눈물이 흐르네"라고 그 상황을 읊었으며, 동방규는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자연스레 옷 띠가 흘러내리니'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이는 허리몸매를 위함이 아니라네'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라고 읊었다.

이 시 제2구에 바로 '春來不似春'이 나온다.

날씨가 제 아무리 추워도 마음속의 따뜻함까지 시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봄 냄새가 한창일 때 폭설로 가슴아파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봄의 향기를 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김상규(대구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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