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35년째 울진 녹지 938평 무단 점용

입력 2004-03-15 13:50:52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군(軍)이 수십년간 남의 땅을 무단 점용한 것도 모자라 반환을 요구하는 땅 주인에게 이전 부지 마련에 협조하라니요? "

울진군 북면 부구리 주민들은 마을 앞 해안의 나지막한 산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마을 소유의 자연녹지를 군(軍)이 35년째 군사시설 보호구역처럼 무단 점용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연녹지는 약 938평으로 해안에 위치한 데다 기암괴석 등으로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울진군은 지역개발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이 자연녹지 주변을 개발키로 하고 해안도로 개통과 해맞이 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관할 부대인 육군 모사단측에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작전상 군사요충지여서 시설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왔다.

이와 함께 '시설 이전에 필요한 부지와 이에 따른 예산지원 등을 주민들이 나서서 울진군청에 요청해 달라'는 적반하장의 입장을 보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군이 이 땅을 무단 점용한 것은 지난 1969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한 뒤 군은 주민들과는 한마디 협의조차 없이 해안경계 강화를 이유로 무단 점용했다.

이후 15년 전부터 주민들은 이 땅을 돌려달라고 여러 차례 국방부 등에 호소했으나 '작전상 이유'를 들어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나 햇볕정책 등의 영향으로 군의 경계상황이 바뀌면서 몇년 전부터 군부대는 철수한 상태다.

그런데도 반환은커녕 철조망을 쳐놓고 주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더욱 기막히는 것은 군의 태도. 해안도로 개설 및 해맞이 공원 조성을 이유로 주민들이 다시 반환을 요구하자 주둔 군부대는 '이전 적극 검토'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상급부대인 사단측은 "이전 부지 마련을 위한 민원을 울진군청에 제기해 달라"며 주민들에게 공을 넘겼다.

주민 정모씨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내 보따리 찾아내란 식"이라며 "국회와 국방부 등에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모 사단측은 이와 관련, "국가 기간시설인 원전의 안전유지와 경계를 위해 이전이 불가능하나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최근 해당 부대가 원전측과 이전 문제를 협의하고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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