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학부모가 알아야 할 듣기 지도

입력 2004-03-12 09:24:18

학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영어를 듣거나 말하는 일에 극히 소극적이다.

영어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하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좋다고 하는 오디오나 비디오 테이프를 구하느라 실컷 애를 쓰지만 정작 'play' 버튼을 누른 뒤에는 고개를 돌린다.

이래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학부모가 자신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함께 해 줄 때 자녀들의 학습 효율은 더욱 높아진다.

전문가들의 도움말을 통해 학부모가 가정에서 알아야 할 듣기 지도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눈높이를 맞춰라=듣기 자료는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어린이라면 그림책 정도가 좋다.

영어 학습을 이미 시작했다면 자신이 익숙한 수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듣기 자료를 구하는 게 적당하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교재를 제공하기보다는 한두 개를 꾸준히 들려준 뒤 익숙해지면 바꿔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듣기를 할 때 자녀들이 모든 단어를 다 알아듣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의 듣기도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알아들을 수 있는 한두 개의 단어에 즐거워한다.

점차 많은 단어가 들리는 것을 알고 스스로 놀라게 된다.

마침내 문장 전체가 들릴 때가 되면 의미는 저절로 몸에 배게 된다.

듣기가 어느 정도 된다고 급하게 활용을 기대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언어 습득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거친다.

구분하자면 listen(듣기)→internalize(내재화)→formulate(명확히 표현하기)→adapt, expand(적용, 확장)의 단계다.

성급하게 반응을 재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모가 도와주라=비디오 테이프의 경우에는 낫지만 오디오 테이프는 어린이들이 지루해하기 쉽다.

다양하고 정확한 표현과 발음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재료이지만 부족함이 있다.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스토리 북의 경우 테이프를 함께 들은 뒤 부모가 책을 함께 읽으면서 상황을 연관시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

적절한 표정, 몸짓 등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다소 어렵지만 비디오 테이프에 나오는 장면들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재구성하거나, 스토리 북의 내용들을 간단한 극 장면으로 만들어보는 방법 등도 시도할 만하다.

어린이들은 움직이고 실제로 무언가를 해 보기를 좋아한다.

부모와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단계별로 진행하라=무작정 반복해서 듣기를 시키는 것보다는 전후 단계를 나눠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처음 듣기 전에는 들을 내용에 대한 간단한 배경 설명을 들려주거나, 그림을 미리 보여주거나, 간단한 질문과 대답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전문적인 교사나 학원 강사의 경우 듣는 시간만큼 사전 활동을 중시한다.

듣는 동안에는 스토리 북이나 관련 그림, 자료 등을 보여줌으로써 집중하고 연관시켜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듣고 난 뒤 활동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내용을 충분히 들은 뒤 요약하기, 역할극 하기, 문장을 조각내 이야기로 구성하기 등의 활동을 한다.

단순히 듣고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들은 내용을 체화시키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이같은 방법을 준용해 간단하게라도 듣기 후 활동을 하면 듣기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재경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