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입력 2004-03-12 09:24:34

'아이덴티티'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존재 상황을 인식해 가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겠지요. 즉 자신을 안다는 것은 단지 반사경으로서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끼리의 마음의 움직임속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 상황을 안다는 행위입니다.

유아 교육의 세계에서는 '아이의 눈높이에서…'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아이의 눈높이 위치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이의 기분을 이해하는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슬로건만 의지하고 있으면 여러가지 '높이'에서 인간사회의 자연체로부터 떨어져나가버리게 됩니다.

우리는 가끔 레스토랑 같은 데서 노인끼리 식사를 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그러나 본인들의 마음은 편안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음식의 기호나 화제 등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젊은 사람과 노인이 뒤섞여 있으면 거기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생기게 됩니다.

메뉴나 화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야 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 긴장감이 그룹의 활기가 되고 명랑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가정 생활에서 생명감이 끊임없이 생겨 나오는 것은 이와 같은 '혼성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 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게다가 연상의 형제나 연하의 형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대개의 인간생활의 자연체였던 것은 아닐까요.

유아 교육에 있어서 학년제 형태의 수용 혹은 아이의 성장 발달에만 시점을 맞춘 관점 등과 같은 감각에 우리들의 사고방식이 얽매이게 된다면 발달 단계만을뒤좇아가는 늘 무엇에 좇기는 듯한 교육이 되어 버릴것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연령의 아이가 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흐뭇하게 교류하는 모습이 유아교육 현장의 일상적인 광경이 된다면 생활하는 것 자체를 기쁨이라고 하는 유연한 교육의 철학이 배양되어져 가겠지요.

천현섭 무산유치원 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