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정말 중요한 것

입력 2004-03-09 09:18:04

설해(雪害)가 참 대단했다.

이른 봄날에, 그렇게도 갑작스레, 100년만의 대폭설이 어안이 벙벙할만큼 쏟아지리라고 누군들 상상이나 했을까. 그토록 부드럽고 아름다운 눈이 온 강산을 불한당처럼 휘저어 엄청난 생채기를 만들리라곤 말이다.

눈이란 것이 올때는 좋아도 내린 후가 문제라는 동료들의 말에 "그래도…"라며 부러워하던 마음은 1만 여대의 차량들이 고속도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다는 소식이 날아들면서 이내"우째 저런 일이…"로 바뀌었다.

참으로 미증유의 사건이었다.

밤새 좁은 차 안에서 두려움과 추위, 배고픔에 떨었을 수많은 사람들을 신문과 TV로 지켜본 사람들은 불현듯 이런 생각을 떠올려 봤을 것이다.

'만약 내가, 우리 가족이 저기에 있었다면?'

지난 2월, 미 항공우주국(NASA)은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찾아내 지구에서 가장 먼 천체발견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 이미 9년전에 과학자들은 5000 광년 떨어진 부메랑 성운의 온도가 영하 272℃로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곳이라는 것을 발견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삶에 관한한 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세계무역센터빌딩 테러사건 당시 사고비행기의 승객들, 그리고 수십미터 공중에서 낙엽처럼 떨어지던 사람들 역시 사고 몇초전만 해도 곧 만날 반가운 얼굴들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기도 했을테고 승진과 결혼, 사업 성공 등을 그리며 가슴 부풀어했을지도 모른다.

지구에 발붙인 그누구도 당장 몇초 후 자신에게 닥칠 재난을 알 수 없다.

참으로 한순간, 느닷없이 닥쳐오는 것들로 인해 속수무책일 때가 얼마나 많은가.'마음대로 안되는게 더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인생을 아는 것'이라는 말처럼 살아갈수록 모르는게 더 많고 마음대로 안되는 것도 더 많아진다.

그러기에 20세기의 성자로 불리는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자.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살아야한다"고 설파했던 모양이다.

이럴 때면'어느날 문득 발견한 행복'의 저자인 애너 퀸들런의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다.

"…승진이나 고액연봉, 넓은 집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사람이 아닌, 진짜 인생을 살라는 뜻입니다.

어느날 오후 심장발작을 일으키거나, 샤워를 하다가 문득 가슴에 혹이 잡힌다면, 그때도 승진이나 고액연봉, 넓은 집 따위에 목을 매겠습니까".

전경옥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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