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폭설 '재해방송' 논란

입력 2004-03-09 09:20:36

비상방송(재해방송) 주체인 국가기간방송 KBS의

폭설 관련 방송 대응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여름 태풍 '매미'에 이어 이번 폭설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재해방송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는 자막방송-속보-특보-연속생방송의 순서로 확대되는 재해방송을 매번 진행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KBS 측 설명이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아가 현재의 재해방송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마저 나

오고 있다.

KBS는 4일 오후 7시 8분 중앙재해대책본부로부터 재해방송 요청을 접수받은 뒤

저녁 '7시 뉴스'에서 폭설 소식을 보도한데 이어 7시 40분부터 밤새 8차례 자막과

자정께 30분 동안의 뉴스특보를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5일에도 평소보다 30분 빠른 오전 5시 30분 방송을 시작, 뉴스특보를 내보

냈고 이후 한 두 시간 간격으로 뉴스속보를 계속했다고 KBS는 덧붙였다.

또 폭설 피해가 컸던 대전총국과 청주총국에서는 5일 오후 3시30분께 중앙 방송

과 별도로 10∼20분 뉴스속보를 방송했다는 것.

그러나 4일 서울.경기 지역에 이어 5일 충청권을 덮친 기습 폭설로 5일 오후 2

시를 전후해 경부고속도로 중부권 일부 구간 등이 폐쇄되면서 거의 주차장으로 변한

고속도로에 갇혔던 시민들은 KBS 재해방송을 통해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

웠다고 항의했다.

이 같은 항의는 재해방송이 피해상황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뿐 정작 피해

를 입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담지 않았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만명이 고속도로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

공할 수 있는 KBS 1라디오가 간헐적으로 재해 관련 뉴스만 내보내는데 그쳤다는 지

적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재해방송의 원천 정보를 제공하는 도로공사와 중앙재해대책본부

의 안이한 대처도 한 몫 했다.

재해와 관련된 뉴스의 예방적 기능은 피해 예방과 대처에 필요한 방재 정보가

적절한 시기에, 해당 지역에 전달됐을 때 달성된다는 점에서 KBS의 이번 재해방송은

피해상황을 전달하는 데 머물렀다는 비판인 셈이다.

송종길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방송사가 중앙재해대책본부나 유관

기관의 별도 요청 없이도 자체적으로 정규 편성을 중지하고 집중 보도할 수 있는 체

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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