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아~옛날이여"

입력 2004-03-08 13:42:17

"개팔자는 개팔자(?)"

경기침체로 애완견 수요가 급감하면서 버려지는 애완견이 급증하고 애견용품점과 애견병원 등 애견관련 업체들이 운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서는 이웃의 동의를 얻어야만 개를 키울 수 있도록 주택관리법이 최근 개정되면서 길거리를 방황하는 애완견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업계측은 전망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방황하다 동물보호협회에 구조되는 애완견은 매달 대구 지역에서만 100여마리로 1, 2년 전보다 30%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개주인들이 사료비나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키우는 개를 버리는 경우가 잦은 데다 7만~15만원이나 하는 비용부담으로 불임수술을 받지 못한 애완견들이 발정을 참지 못해 가출하는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대구본부 금선란 협회장은 "중국산 밀수 개고기가 많아지면서 버려지는 애완견은 개장수조차 외면하는 실정"이라며 "개를 키우려면 이웃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정부의 조치도 애완견 버리기, 학대를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애완견 가격도 폭락하고 있다.

중구 남산동의 '명 애견사' 경철민(33)씨는 "40만~50만원 넘게 나가던 코커스파니엘과 마르티즈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25만~3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키우기가 힘들다며 개를 돌려주는 고객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때는 14곳의 애견사가 몰려 '애견거리'로 불리던 남산동~반월당에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6곳으로 줄었다는 것.

애완견 관련 업체에도 고객 발걸음이 끊기고 있다

애견용품점 '백 한마리 애견'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한동안 1만원짜리 개껌도 잘 팔렸는데 요즘은 1천~2천원짜리가 주종이고 사료도 할인점에서 양 많고 싼 제품이 잘 팔린다"며 "지난해 2만5천원하던 개털 깎는 비용을 최근 1만5천원으로 내렸다"고 했다.

중구 '반월동물병원' 관계자도 "홍역과 감기, 장염을 앓는 애완견의 1일 치료비가 1만5천원 가량이다보니 최근엔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심지어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엔 안락사 시켜달라는 주문도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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