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클릭-대구의 대표축제 만들자

입력 2004-03-08 08:54:19

대구에서는 그동안 1982년부터 개최돼 온 달구벌축제를 비롯해 연간 37개에 달하는 갖가지 크고 작은 예술행사와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어느 하나 '연례행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 수준의 도시축제를 만들자는 여론에 따라 지난해부터 대구시와 대구예총은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그 진행 상황과 향후 전망,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진행상황

웬만한 소재.테마의 경우 타 지역이 선점한 상태라 대구로서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또한 성공한 다른 지역 축제가 자발적으로 생겨난 뒤 관의 집중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축제를 개발하겠다며 관이 먼저 팔을 걷어 붙인 대구의 경우 일의 선후가 바뀐 감이 없지 않다.

자칫 관 주도에 따른 민간 부문 수동적 참여라는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실패한 축제를 반면 교사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테마.소재 발굴 어려움 많아

대구시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디어가 없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대구예총과 공동으로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시민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소재 발굴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의 일정표에 따르면 두 차례 시민토론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대구국제테마축제 자문위원회에서 오는 7월중 검토해 최종안을 선정, 조해녕 대구시장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늦어도 8월중 어느 정도 테마를 정하고 기획단과 세부추진계획(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10년전부터 제기된 원론적인 문제 제기만 오고 가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양광석씨는 "시민토론회를 열어봤지만 대구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살리면서 시민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소재를 인위적으로 발굴하는데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에서는 2월말 현재 210건이 접수됐는데 △섬유축제 활성화 △한방 축제 △폭염(태양) 페스티벌 △디지털산업.게임산업 페스티벌 △오페라축제 △애견축제 △광학축제 △도서축제 등 순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

민간인으로 구성될 대구국제테마축제 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서 대구시는 의견을 내기를 주저하고 있지만 내심 대구의 산업특성과 연관된 테마를 마음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이태훈 대구시 문화체육국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고려할 때 대구산업과 관련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다"고 했다.

운영 주체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에서는 관이 주도해야겠지만 어느 단계부터는 민간 자율적 운영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견해도 내비췄다.

#관주도 실패한 전철 밟지 말아야

그러나 경제 파급 효과부터 먼저 생각하고 관이 주도하겠다고 나설 경우, 실패한 축제들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행정기관은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열린 시민토론회에서도 실패한 축제의 6가지 공통점으로 △관 주도에 따른 상부하달식 거행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자료수집 부족에 따른 단발성 행사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 부족 △과도한 관광상품화 △지역적.전통적 고유성을 담은 축제문화 전수 의지 부족 △획일화가 지적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짧은 기간에 세계적 영화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면에는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있었다.

'국제영화계의 마당발'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택배 오토바이 뒷자리 신세를 진다.

영화제 기간중 부산시내를 누벼야 하는데 교통체증을 극복하는 데는 택배 오토바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한달 동안 그는 하루에 1, 2시간만 눈을 붙이며 열정을 바친다.

#성공 축제뒤엔 스타 전문가가…

3억원이라는 조촐한 사업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인형극 페스티벌로 각광받고 있는 춘천인형극제의 성공에도 강승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인형극제 성공을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지만 지난 3년간 조직위로부터 받은 돈은 300만원이 고작이었다.

그는 "서울~춘천간 왕복 여비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으며 전세계 인형극제에 안 가본 데가 없다"면서 "지난 15년 동안 교통보조금과 식비 정도만 받고 뛰어온 자원봉사자 100여명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춘천인형극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까지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를 개발하자는 논의는 무성해도 김 집행위원장과 강 예술감독같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전문가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가 성공하려면 테마 발굴 못지 않게 이들과 같은 헌신적인 전문가를 찾아내 일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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