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 생산.수출 고공행진 고용은 오히려 추락

입력 2004-03-05 14:04:58

'일자리 만들기'가 올해 최대 경제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구미공단의 총생산액과 수출액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오히려 고용인원은 줄어드는 '고용이 감소하는 성장'이 빚어지고 있다.

구미공단의 이같이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고용감소가 발생하는 이유는 1991년 이후 기업의 기술혁신 및 자동화, 서비스업의 다양화에 따른 탈제조업(de-industrialization) 바람에다 최근 기업들의 '해외로' 열풍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상공회의소의 최근 IT.전자산업단지인 구미공단 기업경기 전망(BSI)에서 체감경기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파악됐지만 유독 고용만은 떨어질 것으로 나타나 향후 고용감소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달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밝힌 '2004년 주요 업종별 고용전망' 보고서에 올해 평균 생산증가율은 5.9%에 달하지만 이에 따른 고용증가율은 2.0%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혀 공장 자동화율이 높은 구미공단의 고용감소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

반도체의 경우 고용은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6.7% 증가하는 데 그치고, 전자 업종도 생산은 15.5%나 확대되지만 고용은 5.5% 늘어나는데 불과하다고 전망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 1973년 구미공단이 처음 들어서면서 90여개 입주 기업체가 고작 614억원에서 시작한 생산액이 지난해말 36조원으로 586배, 수출액도 4천500만달러에서 30여년 만에 455배인 205억달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뤄냈다.

올해도 지난 1월 생산은 3조4천529억원, 수출은 22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구미공단 고용의 경우 지난 1996년 7만5천명으로 최고치에 달한 이후 2년 만에 6만명대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말 6만8천여명에 그치는 등 6년여 간 한번도 7만명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기업으로 휴대전화 '애니콜'을 생산하는 구미공단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총 14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전체 종업원은 7천900명 정도다.

또 중소기업인 LCD TV 전문생산 업체인 (주)세비텍도 직원 50여명이 지난해 45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1인당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총 고용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단지공단 중부본부 이승익 부장은 "예전에는 생산량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일자리도 늘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고용 확대보다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생산력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용감소가 기술혁신, 공장자동화 등 이외에도 제조업의 중국 등 생산시설 해외이전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구미공단의 154개 기업체가 지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8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상의 김종배 조사진흥부장은 "현재 국내 기업의 30% 이상이 이미 해외이전을 했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이같은 제조업계의 해외투자가 결국 산업공동화를 초래하고 국내의 고용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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