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시작은 어떻게 하나

입력 2004-03-05 09:06:49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이 돼 학교에서 한 시간이라도 영어 수업을 듣기 시작할 때, 혹은 초등학교 1, 2학년이나 유치원생이라도 영어 공부를 일찍 시키고 싶을 때, 부모들은 고민에 빠진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영어 학습을 시킬 만한 곳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학습, 아이가 즐거워할 만한 프로그램, 더 나은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추게 해 주는 학습 기회 등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에게 선택을 요구할 순 없는 일. 부모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학부모가 전체 영어 학습의 장기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외국어를 익히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영어에 능숙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참으로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부모가 최소한의 현실적인 학습 목표를 구체화시켜 놓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학습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자녀의 영어 실력 성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어지는 학습과 목표들을 재정비해야 하는 것이다.

막연히 학원이나 과외교사에게 맡겨두는 것보다 부모가 직접 나서는 것이 한층 생산적이다.

둘째, 학습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영어 학습을 하는 방법은 학원뿐만 아니라 학습지, 과외, 홈스쿨 등 다양하다.

광고 문구만 보고 자녀를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학습 컨텐츠와 교재, 교사의 전문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이 수립한 자녀의 학습 목표에 적합한지 여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학부모가 교사가 되는 홈스쿨의 경우 학원이나 과외 교사에게 맡기는 것에 비해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지도방법과 결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않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자녀가 학습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해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알아서 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아무리 좋은 학습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해도 어른들이 모르는 사소한 이유 때문에 학습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새로 접하게 되는 학습 환경과 방법에 익숙해질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넷째, 배운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학부모가 원어민만큼의 영어 실력을 갖추거나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바깥에서 배우는 데만 내팽개쳐서는 곤란하다.

어떻게든 가정에서 더 많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영어 수업이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앞당겨진 것은 학부모들의 생각처럼 선행학습을 시키자는 것만은 아니다.

영어를 또 하나의 언어로서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도록 가급적 빨리 기회를 주자는 의미가 더 크다.

가장 좋은 것은 부모가 함께 공부한다는 자세로 자녀와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 비디오나 오디오를 듣는 시간을 최대한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학습의 효과까지 최대화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 언뜻 보기에 이런 것들은 영어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나 학원 강사, 과외 교사 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부모의 노력이 깔려야 한다.

장기적인 목표 아래 자녀의 적성에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 익숙해지게 만들고,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은 부모 외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김성문 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 김도경 세인트폴 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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